노인사회, 2011년 자조적 혁신·변화 성취
노인사회, 2011년 자조적 혁신·변화 성취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1.12.23 16:37
  • 호수 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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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른 책임의식 바탕 왕성한 사회참여…‘인생 100세 시대’도 화두

2011년 신묘년 ‘토끼의 해’를 보내고 2012년 임진년 ‘용의 해’를 맞이하는 가운데 지난 한 해 숨 가쁘게 달려온 노인사회는 △책임 △참여 △장수 등 세 단어로 압축되고 있다.

우선, ‘부양만 받는 노인이 아닌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상 구현’이란 화두가 노인사회의 전향적인 의식변화를 이끌며 급속히 확산돼 사회적 명제로 자리 잡았다. 고령사회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국가·사회적 고민이 깊어 가는 시점에서 노인 스스로 ‘책임’을 기치로 내건 다양한 자구노력은 ‘노인’이란 계층을 사회적 짐이 아닌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 시발점이 됐다.

사회적 책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사회참여’도 노인사회의 긍정적 변화 및 발전을 이끈 구심점이었다. 일과 자원봉사를 경험하며 ‘뒷방 노인’의 부정적 이미지를 스스로 타파한 어르신들은 국가와 사회의 원로이자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자긍심과 책임감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노인’(老人)이 아닌 ‘노인’(勞人)이란 새로운 자화상을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사회적 책임과 진취적 참여를 통해 변화된 노인상은 평균수명 연장과 함께 고령사회에서의 ‘노인 역할론’으로 번져 ‘인생 100세 시대’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인생 80세 시대’ 즉, 20대까지 배운 지식으로 50대까지 일하다 60대 이후 노후를 보내고 80대에 생을 마감한다는 정형화된 틀이 올해 깨진 것이다. 생애주기가 바뀜으로써 은퇴 이후 노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부여받게 됐다.

▲사회 책임지는 노인 정착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은 국내 최대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로부터 시작됐다. 대한노인회는 2010년 9월말, 창립 40주년 및 제14회 노인의 날을 기념해 마련한 ‘시니어 포럼’의 주제를 ‘부양받는 노인에서 책임지는 노인으로’ 상정했다. 노인과 관련해선 국내 최초로 등장한 새로운 콘셉트였다.

2010년 2월, 대한노인회장 취임 이후 이러한 콘셉트를 처음 주창한 이 심 대한노인회장은 이날 포럼에서 “노인 1000만 시대가 머지않았다”며 “앞으로 노인들이 섬김과 부양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사회를 책임지는 행동을 해야 노인의 행복과 국가·사회의 영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역설해 공감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날 포럼 직후 열린 제14회 노인의 날 기념식 주제도 ‘부양받는 노인에서 책임지는 노인으로’였다. 행사를 주최한 보건복지부도 이러한 취지에 적극 공감한 것이다. 그래서 이날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 사회를 책임지는 새로운 노인상 구현’을 전 국민에 알리는 ‘노인 비전 선포식’이 마련돼 뜻을 더했다.

이후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란 과제는 대한노인회 전국 조직을 통해 확산되기 시작했고, 올 들어 본 궤도에 올랐다.

대한노인회는 연초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단체와 협약을 맺고 유치전에 뛰어들어 대국민 서명운동 등을 적극 주도, 유치성공이란 값진 성과를 거뒀다. 국회에서는 3월 30일 ‘대한노인회 지원법’ 제정으로 어르신들의 뜻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표했다. 이후 제주도의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에도 어르신들이 큰 힘을 보태 역시 대성공을 이끌었다. 8월에는 독도를 방문, 일본의 영유권 야욕을 규탄하는 한편 독도가 대한민국 고유영토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등 국가와 사회의 어른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국격 향상과 국운상승을 이끌었다.

▲일·자원봉사… 사회참여 고조
노인에게 일과 자원봉사는 건강하고 보람된 노후생활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로 지적돼 왔다. 정부가 2004년부터 노인일자리사업을 전개한 것도 노인인력활용과 더불어 노인의 자존감과 노후소득보전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도 노인의 지혜와 경륜을 사회발전에 보탠다는 의미와 함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장려돼 왔다.

2011년 한 해, 노인일자리사업은 단순한 ‘정부지원’에서 탈피해 ‘시장경쟁’이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월 20만원 보수의 정부지원 노인일자리사업이 갖는 한계와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노인일자리를 발굴,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을 가장 먼저 수용하고 전환점을 마련한 당사자도 어르신들이었다.

지난 한 해 어르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시니어카페와 음식점, 식품제조업체 등이 전국적으로 무수히 간판을 걸었다. 그러더니 작지만 아름다운 성공스토리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곳에서 전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경기 화성시 어르신들은 짚풀공예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쾌거를 통해 노인일자리사업의 가능성과 시장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자원봉사 부문에서는 더욱 큰 도약 발판이 마련됐다. 개별적으로 또는 지역 단체별로 소소하게 전개되던 노인자원봉사는 올해 기폭제를 만났다. 대한노인회와 보건복지부가 자원봉사를 통한 노인의 사회참여를 본격화하기 위해 올 9월말 개최된 제15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노인자원봉사 원년’을 선포한 것.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에 이어 두 번째 혁신 드라이브다.

대한노인회는 현재 경로당을 기반으로 하는 소그룹 중심의 노인자원봉사클럽 구성에 나섰고, 9월말 현재 전국적으로 715개의 클럽을 조직했다. 700여개의 클럽에는 1만4000여명의 어르신들이 매주 1회 이상 봉사활동을 전개하는 등 노인자원봉사의 전례 없는 분수령을 이루고 있다.

▲80세 시대서 100세 시대로
어르신들의 책임의식과 실질적인 사회참여 증가는 노인의 사회적 역할 변화와 함께 ‘인생 100세 시대’라는 미래사회 새로운 패러다임의 밑거름이 됐다. 평균수명 증가, 그리고 빠르게 늘어나는 노인인구를 감안할 때 ‘인생 80세 시대’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인생 100세 시대’로 전환된다면 국가적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현 노년세대가 스스로 책임과 역할을 다하려는 변화의 의지와 노력을 선행했고, 정부도 이에 화답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초 “국가 정책 방향을 인생 100세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이후 ‘인생 100세 시대’가 화두에 올랐다. 올 한해, 은퇴 후 길게는 40년 가까운 노후를 보내야 하는 머잖은 미래의 생애주기가 활발하게 논의됐고, ‘고령화’라는 현상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갖도록 한 시간이었다.

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인생 100세 시대를 대비한 사회 전 부문의 정책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려는 노인 당사자의 노력과 의지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노인 당사자의 변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되고 있어 미래 인생 100세 시대의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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