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인무임승차, 지하철 적자원인 아니다
[기고]노인무임승차, 지하철 적자원인 아니다
  • 관리자
  • 승인 2012.02.24 14:32
  • 호수 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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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형 경기 안양 만안구

잊을 만하면 붉어지는 노인무임승차. 지하철 공기업들은 ‘만년적자’에 허덕이는 주원인을 항상 노인들의 탓으로 돌려왔다. 노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이야기가 매스컴에서 들릴 때마다 몹시 안타깝고, 민망하기까지 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들이도 삼가고, 붐비는 시간대에는 이용을 자제하는 나름의 노력도 해봤다.

하지만 지난해 말 백세시대 기사를 통해 청천벽력 같은 뉴스를 접하고 울분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메트로 등 지하철공기업이 매년 수천억원의 경영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퇴직금 과다지급 등 방만한 경영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가 폐지한 퇴직금누진제를 몰래 유지하면서 200억원 가량을 나눠 가졌고, 수당과 유급휴가를 편법으로 만들어 400억원을 지급했다니, 방만 경영도 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8000억이 넘는 만성적자에 우는 소리를 늘어놓던 지하철 공기업들이 뒤로는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바빴다. 특히 퇴직금 누진제의 경우, 감사원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1만2000여명의 퇴직자들에게 1920억원이나 되는 돈을 지급할 예정이었다고 하니 기가 막힌 노릇이다. 부당한 급여지급이 경영수지 악화의 주요 요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 유급휴가 축소를 추진하는 정부정책과 역행하는 업무지원수당과 대체 유급휴가를 신설하는 등의 편법까지 동원했다. 공기업으로서 가져야 할 도리뿐만 아니라 책임에도 소홀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감사원 조사로 밝혀진 409억원의 수당도 최근 4년 동안의 통계에 불과하다. 불법을 자행하며 직원 3만9700명에게 임금을 과다지급은 하면서 노인들을 핑계 삼았다는 사실이 억울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역무자동화 비용으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으면서 정원을 초과해 채용한 인력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있다. 정원초과 인력에 대한 인력재배치 등의 노력을 게을리 하고, 비효율적인 인력운영을 일삼았던 내부 문제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노인을 위한 지하철 무임승차가 왜 실시됐는가를 다시 생각해보자. 이는 국가경제에 기여한 경제역군이자 이 시대의 어른들을 모시겠다는 경로효친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 현행 노인복지법이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고궁, 국공립 박물관과 공원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은가.

사실 노인들을 위해 별도로 열차를 운행하는 것도 아니고, 본디 운행되는 열차를 이용하는 것일 뿐인데 그 책임을 노인들에게 전하는 것은 어패가 맞지 않다. 예전처럼 교통비를 지급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더욱 문제는 이처럼 노인무임승차가 도마에 올라도 노인들의 의견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만 주장하는 데 있다. 설령 노인이 지하철을 무료로 타서 적자가 났다고 하더라도 이는 노인과 의논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무임승차는 평생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누릴 마땅한 권리 중 하나다. 법이 정하고 있는 경로우대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여론몰이를 일삼는 행동은 철저히 배제돼야만 할 것이다. 노인무임승차는 때만 되면 이슈가 되는 사안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더불어 노인들의 이용 실태도 변해야 한다. 지하철이 혼잡한 출퇴근 시간보다는 한가한 시간대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폐지를 줍기 위해 이용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도 삼가는 것이 좋겠다. 이용을 자제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건강을 위해 나들이도 자주 가고 가족, 친구들과 여행도 많이 다니는 것이 어디 나쁜 일이겠는가. 혜택을 누리되 기본 예의와 배려를 실천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이자는 말이다.

이제는 더 이상 지하철 운임적자의 원인으로 노인들이 언급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하철 공기업은 자구책을 마련해 경영안정화를 꾀하고, 직원들이 아닌 국민들의 이용편의를 위해 고심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이들의 운영실태를 잘 감시하고, 뒷받침해야 한다. 최근 수차례 발생한 지하철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노인들이 더욱 편안하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시철도, 지하철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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