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⑤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찾아드립니다
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⑤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찾아드립니다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5.18 16:29
  • 호수 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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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100세 시대, 행복한 노후는 일자리에서 시작된다”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층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일자리다. 은퇴 후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최고의 노인복지’란 말까지 등장했다. 노년기의 일자리는 소득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심리·사회네트워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인들의 사회참여 확대와 노하우 전수의 측면에서도 그 효과는 탁월하다. 이에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는 전국 조직망을 활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어르신들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2만여명의 어르신들이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선물받았다. 백세시대은 노인일자리의 필요성을 알리는 한편 다양한 취업 사례를 공유하고자 2011년 노인 취업 우수사례를 매회 2편씩 연재한다. <편집자주>

경북 경주시노인회 “제2인생 특수보육원 차량운전기사로… 사명감 커”
보문로 벚꽃길을 비롯해 김유신 장군묘 등 신라 천년의 역사가 살아있는 천년고도 경주시.

경북 경주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총인구 26만5488명 중 15.7%인 4만1669명이다. 100세 이상인 어르신도 40명 가량이다.

이미 고령사회인 경주시는 고령화대책이 절실하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활기찬 노후를 보장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참여 어르신들에게는 소득원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참여를 통해 자존감 향상, 건강증진 등 노후의 삶 측면에서도 고무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시정 역점시책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을 추진 중인 경주시는 4년 전부터 취업지원센터도 운영하면서 220명 이상의 지역 구직자들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 취업지원센터를 통해 차량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성호 어르신도 이같은 경우다.

김경매 센터장이 사례로 제시한 김 어르신은 중등 교사로 40년간 봉직 후 퇴직한 지 3년째 되던 해 자전거 여행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래서 적당한 일자리를 구하던 중 취업지원센터에서 일자리를 연결해준다는 말을 듣고 센터를 찾았다. 김 센터장이 김 어르신에게 소개해준 곳은 장애 전담 사회복지법인 자연복지재단인 ‘아이 꿈 터 어린이집’이었다. 근무조건과 차량운행 관련 인수인계 후 바로 일할 수 있었던 어린이집은 경상북도 경주시 배반동 245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아이 꿈 터 어린이집’에서는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장애 아동의 재활 치료 및 보육을 담당한다. 아동 정원은 51명이며 선생님은 30명이 상주한다. 김 어르신처럼 아이들을 데려오고 실어다주기 위한 차량은 총 4대가 있다.

김 어르신은 이곳 차량운전기사로서 오전 12시에 출근한다. 점심식사를 마친 다음 시내 초등학교를 돌면서 수업이 끝난 아이들을 데려오고 어린이집 수업이 끝나면 집집마다 아이들을 태워다주고 있다. 차량운전기사는 차량지도교사와 함께 탑승해 건천부터 불국사 안강, 외동까지 경주 전역을 돌며 1시간씩 4회 운행하고 있다.

김 어르신은 쉬는 시간이면 공기 좋고 아름다운 들판 농로를 따라 산책도 하면서 자유 시간도 즐긴다. 연간 하절기와 동절기 1년에 두 차례 ‘자율 등원’ 기간에는 차량정비나 관리업무를 하기도 한다.

평소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김 어르신은 “적성에 맞는 운전이 핵심인 이곳에 일하게 돼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주시는 올해 지난해 대비 400개가량 증가한 1330개 어르신 일자리를 마련하고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 중인데, 특히 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는 올해 하천지킴이사업 외 1개 사업에서 18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경주시지회 취업지원센터 김경매 센터장은 “취업센터를 찾는 어르신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어르신들께 일자리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사례 속 김 어르신은 특히 교직에 몸담고 계셨기 때문에 특수 장애아 전문 유치원의 차량 운전에 사명감을 갖고 적응을 잘 하신 경우”라고 설명했다. 취업지원센터를 통해 신라밀레니엄파크에서 ‘천괴의 비밀’이라는 화랑도 공연에 지난해 약 10여명의 어르신이, 올해는 6명의 어르신이 연기자로 취업하기도 했다. 김경매 센터장은 “특히 경주는 학생 단체 학습소 시설 취업은 어르신의 반응도 좋고 수요자인 사업자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등 학생들도 호응이 크다”며 “하루 6만원을 받으시는데 1년 중 3개월 정도 비수기만 빼면 내내 수요가 지속돼 안정적인 일자리 역할을 감당 중”이라고 전했다.

 

울산연합회 “경비원으로 여는 ‘감사로 가득한’ 삶”
울산시는 특별·광역시 중에서는 지역 면적이 가장 넓고 인구는 113만명으로 인구밀도가 전국에서 가장 낮다. 올해 울산시는 보건복지부 평가 노인일자리사업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총 58억95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노인일자리 사업 실시 결과 당초 목표 3778명에서 15% 초과한 4342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올해는 총 사업비 67억7200만원을 들여 24개 사업 수행기관에서 4302명의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한노인회 울산연합회 울산취업지원센터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어르신들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통해 소득 창출과 함께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장연호 울산통합취업지원센터장이 취업 사례로 밝힌 복 어르신도 센터를 통해 일자리를 얻은 경우다. 복 어르신은 “취업신청을 접수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센터장으로부터 경비원 일자리를 추천받았다”며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살아서 받을 수 있는 더 없는 축복”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가 경비원으로 근무하면서 겪은 경험담도 공감하기 어렵지 않다. 한번은 경비 업무를 시작한 지 열흘쯤 되던 날이었다. 지하주차장을 순찰하던 복 어르신은 많은 차량이 정면주차가 아닌 후면주차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역시나 후면주차를 하던 삼십대 초반의 여성에게 정면주차를 할 것을 당부했지만 그 여성이 바로 아파트 홈페이지에 “왜 우리가 경비원의 훈계를 들으며 살아야 합니까”라는 민원을 올린 것을 보고 씁쓸했다고.

올렸던 민원의 요지는 한 마디로 자존심 상하니 소장님의 직접적인 계도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복 어르신은 경비원이라는 일자리에서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느꼈던 슬픔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보람 등을 털어놓으면서 “경비원 되는 길이 달나라보다 별나라보다도 멀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쉼터에서 젊은 남녀의 애정행각에 가슴 철렁했던 적도 있고 “부모님 뵈러 왔다”며 출입차단기 앞에 손님들이 멈출 때면 알게 모르게 가슴 따뜻해지는 순간을 겪기도 한다.

복 어르신은 처음 경비원으로서의 삶을 시작했을 때 “깨끗이 비운 후 스스로 몸을 낮추고 마음바닥까지 열고나면 천상과 지상을 낯설어 하지 않고 새가 날아가듯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라며 의문을 품었지만 열흘, 2개월의 시간이 지나면서 서러운 경험뿐만 아니라 훈훈한 경험을 하며 결국 ‘축복의 시간을 빛내는 것은 내 몫’이라고 결론 내렸다.

복 어르신은 분명 낯설기만한 ‘경비원으로서의 길’이지만 설 땅이 분명히 가꿔지리라는 희망으로 매일매일 출근한다.

현재 대한노인회 울산연합회 취업지원센터를 통해 올해 4월까지 민간 분야에 200여명의 어르신이 취업했다. 경비 및 미화 부문에서 60~70명 가량이 활동 중이며, 주차관리나 골프 잔디깎기, 식당 서빙 분야에서도 활발히 일하고 있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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