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만 골몰할 때에도
세상 온갖 것들은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순식간에 늙어
제 몸이 모두 흩어져 버릴 때까지
세상을 발 아래 두고 자기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고고하게 도도하게 세상과 동떨어져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이 어떻든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홀로 존재하면서 자기만을 위한 생각에 골몰하는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고 구성하는 보루다.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만의 ‘생각에 골몰할 때에도’ 그 세상 밖 온갖 것들은 생성과 성장과 소멸의 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한 생을 산다. 풀꽃 하나도 허투루 피는 법이 없고 새 한 마리도 그냥 허공을 날지 않는다. 다 때와 장소를 가려서 존재하고 그렇게 어우러져서 이 세상의 구성원으로 살다가 간다. 유아독존처럼 섬처럼 군림하는 존재보다 더 강하고 아름다우며 고귀한 존재 그 자체가 세상 온갖 것들이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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