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상담] “남편 이해하니 부부관계가 좋아졌어요”
[노인상담] “남편 이해하니 부부관계가 좋아졌어요”
  • 관리자
  • 승인 2013.04.12 15:28
  • 호수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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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는 어르신의 다양한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 그 중 부부관계 또한 어르신 누구나 갖고 있는 공통의 고민사이지만, 타인의 눈 때문에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해 해결의 통로 또한 닫혀 있다. 이에 상담을 통해 문제해결에 이른 어르신들의 사례를 소개해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자료 제공 :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02-723-9988

서울 동작구 L모 어르신(62)
제 나이 62세. 남편 나이 69세.
다들 아시겠지만 69세 남편이 노년기의 가장 큰 사건인 은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간 고생을 많이 했으니 남편도 좀 쉬어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7개월여가 지나면서 집에서 쉬고 있는 남편을 보면 조금씩 답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여기저기 일을 알아보고 금방이라도 다시 일을 시작할 것 같았죠. 그런데 하루는 남편이 친정집에 가서 대뜸 “장모님, 이제는 좀 쉬고 싶네요. 일 안 하고 싶네요!”라고 하는 거예요. 순간 제 가슴이 뭔가 내리치듯 ‘콱!’ 막혀 오는 것 같았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앞으로 남편과 같이 보내야 할 하루하루, 매 시간을 생각하자 설레는 마음, 노후를 즐겁게 보내자는 생각보다는 집에서 쉬는 남편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느껴져 절로 손사래가 쳐졌어요.
무엇보다 매순간 나를 억압하고 집안일 하나하나 사사건건 간섭하려는 남편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며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실은 젊어서부터 남편과 사이가 썩 좋지는 않았거든요. 남편은 항상 자기밖에 모르고 왕좌에 앉은 듯 권위적인 사람이었어요. 저는 결혼 초부터 싫은 소리 안 들으려고 정말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면 ‘그렇지’라고 말할 정도로 열심히 남편 비위 맞춰가며 살았어요.
이젠 저도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은데 남편은 집에 들어앉아 “이거 좀 해, 왜 이건 이렇게 해? 이건 또 왜 안 해. 돈은 왜 이리 많이 썼어!”하며 사사건건 간섭 했습니다.
지치고 힘든 마음에 이혼도 생각해 봤는데 애들 눈치도 보이고 그냥 둘이 오순도순 잘 살아볼까 노력해도 마음만큼 되지 않더군요. 정말 잘 살고 싶은데….
주변 친구들에게서 얘기를 듣고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를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찾아가 얼굴을 보며 얘기하는 게 쉽지 않아 02-723-9988로 전화를 했어요. 전화를 받은 상담선생님이 친절하게 얘기를 들어주며 한 가지 물으셨어요.
“김 여사님, 제가 계속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여사님은 남편 이야기만 하고 계세요. 김 여사님 자신의 이야기를 해 보시겠어요?”
갑자기 남편 비위를 맞추고 눈치 보며 희생하는 제 모습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전에는 나를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보면 화가 불쑥불쑥 치밀어 올라왔지만 한 번, 두 번 계속 전화상담을 하면서 나라는 사람 ‘김 여사’를, 저 자신을 먼저 돌아보게 되었어요. 물론 남편이 권위적이고 집안일 하는 저를 도와주거나 챙겨주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전에 변해야 할 것은 저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나라는 사람, 김 여사는 없고 희생과 봉사, 그리고 눈치 보며 기죽어 지내는 저의 모습을 알고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저를 좀 돌아보고 홀로서기를 하려고 해요.
항상 ‘남편과 함께 있는 나’에서 둘이 아닌 하나의 나를 분리해 보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려고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항상 ‘몰라’로 일관하던 남편에게 당당하게 안부를 묻고 진심을 다해 걱정을 했더니 요새는 오히려 남편의 반응이 ‘이제야 당신이 나를 알아주는 것 같아’ 하네요. 조금씩 벌어진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저희 부부는 둘이 산책도 즐기며 각자의 생활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오면서 ‘나’라는 ‘김 여사’를 잃었지만 하나씩 나를 바라보면서 김 여사와 우리 부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고마워요! 김 여사가 드디어 길을 찾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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