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쉬는 카페, 행사장으로 빌려드려요”
“낮에 쉬는 카페, 행사장으로 빌려드려요”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4.26 10:53
  • 호수 3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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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물건·재능·정보 나누는 ‘공유경제’ 도입 바람
▲ 서울시에서 공유기업으로 선정된 ㈜피제이티옥은 온라인 사이트 우주(WOOZOO)를 통해,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해 독신의 청년들이 거주공간을 공유하도록 돕고 있다. 사진은 임대중인 한옥의 안팎 모습.

자원 활용 높이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등 이점 많아
서울시, 27개 공유단체·기업 선정…비용·행정 지원
부산발전연구원도 제안…지자체 도입 확산될 듯

보문동에 사는 A씨는 카페를 소유하고 있다. 낮에는 전혀 활용되지 못하는 공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던 중‘페어 스페이스(FAIR SPACE)’라는 공간공유 기업을 소개받았다. A씨의 의뢰를 받은‘페어 스페이스’는 낮 시간에 학부모 초청 이벤트를 하고 싶어도 재정적인 여유가 없어 고민하는 B씨에게 카페 공간을 저렴하게 빌려줘 행사장으로 꾸미도록 했다. 이로 인해 A씨, B씨 모두가 재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자체 및 사회단체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공유 경제란 물건·공간·재능·정보 등을 함께 나눠 활용함으로써 사회적·경제적·환경적 가치를 높이고 시민의 편익을 증진하는 활동을 말한다. 2008년 하버드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저작권과 관련해 처음 사용했고, 2011년 미 시사주간 타임이 ‘세상을 바꾸는 10대 아이디어’로 선정하면서 유명해졌다.
서울시는 4월 15일 민간 공유경제를 촉진·지원하기 위해 처음으로 27개의 ‘공유단체 및 기업’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3월 공유단체 및 기업에 참여할 기관을 공모해 총 58건의 신청을 접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공유허브 운영 △민간 유휴공간 공유 △아동의류 공유 △거주자 우선 주차장 공유 등 4개 분야 총 7곳을 ‘공유단체 및 기업’으로 선정했다. 지정공모 외에 주제에 제한 없이 공유와 관련된 분야를 자유롭게 응모하는 자유공모 부문에서도 5곳이 선정됐다.
서울시는 먼저 공유 활동을 원하는 시민들에게 플랫폼(운영체제·환경) 역할을 하게 될 ‘서울공유 허브’ 운영 기업으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스코리아(CCK)를 선정해 6월에 문을 열기로 했다. 운영비 1억2000만원이 지급되는 서울공유 허브는 개별공유기업이나 단체들을 한 곳에 모아 △시민들에게 공유 방법을 온라인으로 안내하고 △국내외 공유관련 자료를 축적 또는 제공하며 △공유단체·기업 간 네트워크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민간 유휴공간 분야에서 선정된 ‘프라미스’는 교회 건축 관련 기업으로서 교회네트워크를 이용해 교회의 유휴공간을 예식장이나 카페·도서관·주차장 등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동의료 공유분야는 온라인상에서 유아·아동 의류, 잡화를 교류할 수 있도록 연결한 ㈜키플이 선정됐다. 거주자 우선 주차장 분야는 이번에 요건을 갖춘 기업이 없어 선정되지 않았다.
자유공모 부문은 오래된 한옥 또는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1인 거주 청년들이 공유하도록 도와주는 ㈜피제이티옥(WOOZOO), 책 읽는 지하철을 제안한 북피알미디어, 작업장을 공유하는 일상예술창작센터, 취업정보를 공유하는 ㈜위시켓 등 5곳이 선정됐다.
㈜피제이티옥이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우주(www.woozoo.kr) 관계자는 “현재 3호점을 열었고, 앞으로도 주거문제로 고민하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을 위해 거주공간을 나누는 선도업체가 되겠다”고 말했다.
부문별로 선정된 11개 공유단체·기업에는 사업 능력이나 실적 등을 감안해 500만원~16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 사업비 지원을 받지 않지만 각종 행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유 단체 및 기업으로 열린 옷장, ㈜한국카쉐어링 등 15곳을 선정했다.
부산에서는 부산발전연구원이 ‘부상하는 공유경제, 시정 소프트 활용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부산지역에 맞는 공유경제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부산발전연구원은 부산의 경제·문화적 환경과 특성을 고려해 공유경제 분야를 크게 장소·물건·교통·지식 등 4개 분야로 나눠 공유경제 시책 구상 관련 21가지를 제시했다.
장소 분야로는 도시재생시설, 노인·청년 공간 공유, 도시 민박, 도심 녹색 쉼터 등을 제시했다. 물건 분야는 영화·영상 공유 아카아브, 마을 공동 서가, 동네공방, 의료장비, 영유아 물건 아나바다 등이 제시됐다.
또 지식 분야는 교육 취약자 공교육 보완, 맞춤형 강의 배달, 채용정보 등을 꼽았고, 교통 분야는 카셰어링, 스마트주차장 등을 꼽았다.
부산발전연구원은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공유경제 아이디어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으며, 5월 2일 부산공유경제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밖에 월드작은도서관협회는 마을마다 세워진 교회 공간을 활용해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을 전개하는 신동석 목사는 “서적 1000권, 좌석 6석, 면적 33㎡의 조건만 갖추면 작은 마을 도서관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지역주민 누구나 교회도서관을 방문하여 서적대출, 이웃과 대화의 장으로 사랑방 역할에 신앙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활성화되려면 공유경제에 대한 이해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 공유촉진위원회의 한 위원은 “화장실을 공유했다가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다시 열쇠를 채운 사례가 있다. 공유 자원은 내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참여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 경우 조례를 통해 중소기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유경제를 조기에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의 참여가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촉진위원회의 한 위원은 “대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하나에 공유분야를 포함해 참여를 촉구하는 설명회도 자주 열고 예산 외에 자원도 공유하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인동 서울혁신기획관은 “공유도시는 소비를 줄이고,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공동체 활성화로 각종 문제 해결에도 효과적”이라며 “그동안 공유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 주저했던 시민들이 이제는 서울공유 허브를 통해 생활 속 공유를 실천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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