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알맞은 호칭을 되찾자
[기고] 알맞은 호칭을 되찾자
  • 석도익
  • 승인 2013.04.26 11:33
  • 호수 3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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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이 돼가는 노년이지만 어릴 때부터 성별 구별 없이 우정을 쌓아오던 친구들이 많아서 만나면 반갑다.
한데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되지 못 한다’는 말이 요즘 같은 현대사회에서도 돌고 있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어깨동무하고 놀던 소꿉동무들은 몸이 늙어가도 마음만은 동심으로 추억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같은 또래를 동무라고 불렀는데, 순우리말인 동무라는 말을 북한이 그들의 것으로 전매특허 내듯이 모든 인민에게 사용하니, 우리는 동무라는 말을 빼앗겨 버렸다.
이 때문에 동무라는 말 대신 쓰고 있는 말이 친구다. 친구란 글자 그대로 오랜 세월 동안 가깝게 정을 나누며 살아온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이 친구라는 단어마저 ‘여자친구’ ‘남자친구’처럼 자기가 사랑하는 정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껏 우정을 나눈 이성 친구는 어떻게 불러야할까. 백주대낮에 말을 도둑맞은 셈이다.
이런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결혼한 부인이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녀가 처음으로 만나 사귈 때는 부끄럽기도 하고 남에게 감추는 미덕도 있어 오빠라고 부를 수 있었다.
또, 과거 연애시절에는 대부분 남자가 연상이었던 관계로 오빠라고 부르면 부르기 무난하기 때문에 애칭 겸 존칭으로 오빠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고 있는 마당에도 남편을 오빠라고 불러서야 되겠는가. 친정의 친오빠를 봐서라도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일은 그만해야 할 것이다.
한 나라의 사회 질서와 예절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고, 이는 호칭에서부터 싹이 튼다.
격랑과 굴곡의 세월을 겪었기에 ‘빨갱이’들이 죽기보다 보기 싫어 빨간색까지 버렸다가 이제야 겨우 찾았다. 지금은 빨간색에 거부감도 사라졌고, 어느 정당의 이미지 색에 어울린다 싶게 친근해졌다. 그러니 이제는 동무라는 말도 찾아와야 하지 않을까.
남자친구들은 든든해서 좋고, 여자친구들은 정이 많아 좋다. 친구는 오랜 세월 서로 정을 나누며 함께한 사람들이지, 젊은이들이 말하는 정인이 아니다.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애꿎게 친구라는 말을 팔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떳떳하게 표현하자.
우리나라 말처럼 적재적소에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언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물다.
국민의 눈과 귀를 장악하고 있는 신문방송매체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좋겠지만 틀린 것은 바로잡아 순화시키는 사회운동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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