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울의 대장장이
[기고]서울의 대장장이
  • 이미정
  • 승인 2007.02.09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14일 일요일 아침. KBS1TV ‘언제나 청춘’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서울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명물, 대장장이 박경원(68)씨와 그의 업(業)을 전수 받은 아들에 대한 사연이 방송돼 보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다.


사람이란 무릇 자기 직업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직업처럼 소중한 것도 없다.
직업은 사람 사는데 주춧돌이요, 등뼈도 된다.


과연 우리 노년들은 그동안 자기의 천성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고, 시종일관 자기 직업에 만족하고 정성과 심혈을 기울여 왔는가?

 

자기의 직업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자기 일에 사명감과 정열을 쏟아 부으면서 일에 헌식하고 몰두해왔는가? 당신이 진정 그렇게 해 왔다면 더 없이 행복한 사람이요, 진정한 애국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 터 중에서 가장 중요한 터는 ‘일터’요, 자리 중에서 가장 높은 자리는 ‘일자리’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가 날마다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처럼 지난번 방송에 나온 대장장이 박씨의 부르튼 손과 망치처럼 강한 주먹은 그의 확고한 직업관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도 모름지기 일에서 삶의 보람을 찾고 일에서 노년의 희열을 찾고, 인생의 기쁨과 의미를 재발견해야 한다.


인간이란 단순히 나이와 함께 늙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일손을 놓았을 때 이상(理想)이 상실했기 때문에 늙음에 가속도가 붙는 것이다. 세월은 우리의 얼굴에 주름살을 만들지만 그 보다 우리가 일에 대한 흥미를 잃었을 때 영혼이 주름지게 된다.


일 때문에 늙은 노숙(老熟)은 단순한 늙음이 아니라 평생 동안 쌓아올린 교양처럼 고귀하고 원숙함이 느껴진다.

 

정운화 강릉 명예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