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의료비 절감으로 ‘애국’ 앞장
노인 의료비 절감으로 ‘애국’ 앞장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3.08.14 20:46
  • 호수 3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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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의료쇼핑 추방 등 적극 나서

2012년 노인 진료비 전체의 34%… 해마다 치솟아
전국 각 지회, 경로당에 건강체조 보급 등 ‘구슬땀’


65세 이상 노인인구 진료비가 매해 늘고 있는 가운데 대한노인회가 노인의료비 절감 사업에 앞장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의료비가 덩달아 치솟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책분석팀 박영택 부연구위원의 ‘노인진료비 최신동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8~2012년) 전체 진료비 중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었다. 2008년 65세 이상 노인의 총진료비는 12조5170억원에서(31.2%) 매해 증가해 급기야 2012년에는 전체 진료비의 3분의 1을 넘어선 34.3 %(18조3410억원)를 기록했다.
2012년 노인 1인당 연간 진료비는 311만4000원으로 국민 1인당 연간 진료비 106만8000원보다 2.9배 많았다. 지난해 1년간 한 번이라도 병원을 찾은 노인 환자 수는 약 590만명이었다. 같은 해 우리나라 노인인구가 약 600만명임을 감안하면 전체 노인의 90% 이상이 병원을 찾은 셈이다.
박영택 부연구위원은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노인들에게 필요한 의료이용에 대한 도덕적 해이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건강염려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의료쇼핑이란 쇼핑몰이나 상가를 찾아가 이집 저집 비교해 가며 물건을 사는 것처럼 하루를 동네 병원에서 시작해 점심 저녁, 심할 경우 시간에 따라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다니는 것을 말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희국 의원실에 따르면 1년 동안 1000일 이상 외래 진찰을 받은 환자가 2009년 30만명에서 2011년 43만명으로 증가했고 의료이용 상위 1%에 속한 환자들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었다.
한 해 동안 무료 17개 의료기관을 195회 내원해 하루에 11일치를 매일 복용해야만 다 먹을 수 있는 분량의 약을 처방받은 의료급여 환자도 있었다.
복지위 관계자는 “의료쇼핑은 의료 오남용을 발생시켜 오히려 환자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의료쇼핑 증가로 매해 보험급여비가 급증하고 있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이 떨어져 국민 전체의 보험료가 올라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한노인회는 전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의료비 절감 사업을 활발히 진행중이다.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은 각종 대회나 교육에서 노인들이 스스로 건강을 챙겨 건강보험료를 줄여 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도 이 회장은 “해마다 의료비가 늘고 있는 데에는 노인들의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노인장기요양제도 정착과 4대 중증질환 보장 확대 등 새 정부가 정책과제를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공단 재정 등이 튼실해야 한다”며 “우리 노인들이 앞장서 의료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대한노인회는 전국 각 지회에 건강체조법을 보급하고 있다. 아프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사후관리 중심에서 평소 건강관리에 힘써 질환을 예방하도록 하는 예방사업을 전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2년간 노인 진료비의 증가폭이 다소 둔화된 데에는 대한노인회의 이같은 노력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박 위원이 분석한 5년간 노인진료비는 해마다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매년 감소해 2009년 13%에서 2012년 6.9%로 크게 줄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두 자리를 유지해 오던 증가폭이 2011년도 8.1%로 한 자릿수로 들어서더니 지난해 6.9%로 그 폭이 더 떨어진 것이다.
노인 진료비 증가폭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2011년도는 이심 회장이 대한노인회에 부임한 2년차에 해당한다. 2010년 부임 첫해부터 노인건강 예방사업을 권장한 것이 이듬해 효과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약가인하로 인해 노인진료비 증가폭이 둔화됐다는 분석은 매년 노인인구가 늘고 있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서울시만 해도 2010년 기준 5년간 평균 5만명씩 증가해 왔다. 전국적으로는 20만~3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 서비스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예방할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
정부는 2006년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동일약제 중복처방일수가 3일을 초과할 경우 의료기관의 진료비를 삭감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건강보험공단이 2010년부터 시행한 중복투약관리 감시제도는 도덕적 해이는 물론 진료비 감소 효과도 가져왔다. 2011년 4월부터는 약의 중복처방과 오남용을 막는 DUR(의약품 안심 서비스) 점검을 도입했다. DUR은 의사와 약사가 약을 처방, 조제, 판매할 때 그 내용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 중복 투여되는 약이 있는지 실시간 확인하는 서비스다.
한편 보험급여비는 2005년 18조원에서 2011년 35조원으로 증가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에는 GDP 대비 3.56% 수준인 약 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부는 의료급여 일수 제한 조치와 함께 주치의 제도 등 다른 추가적인 정책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병원을 찾는 환자와 과잉 의료공급에 거리낌이 없는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령화에 따라 노인성 질환이 늘어 노인들의 의료이용이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과도한 건강염려증으로 병원을 찾는 인원도 노인진료비 급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평소 건강관리로 건강에 자신감을 갖게 하는 사전관리 중심으로 국민 건강 대책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한노인회의 ‘병원방문 줄이기 운동’이 질병예방 중심의 노인의료비 절감의 효율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심 회장은 “병원 안 가는 게 애국이다. 약을 한 보따리 사 가져와 버리면 그게 다 국고 낭비다. 걷기운동, 건강체조 등을 열심히 해서 병원 갈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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