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물들게 하는 시와 꽃
닻꽃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 사는 용담 과(科)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알려진 자생지가 몇 군데 되지 않을 정도로 희귀하기 때문에 해마다 8월 하순 무렵이면 나는 이 꽃을 보러 높은 산을 오른다. 꽃에 대한 통념을 한참 넘어서는 기발한 생김새가 너무 매혹적이어서 이 꽃을 대할 때마다 나는 숨을 죽이고 홀딱 빠지게 된다. 시인이 이 닻꽃을 두고 “꽃을 / 춤추는 나를 / 생각할 수 있겠다”고 읊다니 참으로 절묘하다.
닻꽃
닻을 보면서
꽃을 생각지 않는다
닻꽃을 보면
개펄도
바다 속도
아니
헤엄의 포즈로
한껏 멈추고 있는
개구락지들은
곧 펑덩거릴 수 있겠다
싶다
이제
닻을 수면으로
끌어올리면서
꽃을
춤추는 나를
생각할 수 있겠다
시·김창진 전 가톨릭대교수
저작권자 © 백세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