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2002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정 건의
(34) 2002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정 건의
  • 박재간
  • 승인 2013.10.11 11:22
  • 호수 3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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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간 선생의 한국노인복지 반세기

대통령과 단독면담 고령사회 대비 촉구
의료·소득보장 고심 재정문제 걸림돌


2001년 9월 6일 전국 노인관련단체 지도자 140명은 보건복지부 김원길 장관의 주선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오찬회동에 참석했다. 김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이태복 복지노동부 수석, 김원길 보건복지부장관이 참석했고, 노인대표로는 대한노인회 안춘생 회장과 필자, 정광모, 안필준, 정운태 부회장 등이 자리를 같이 했다.
이 자리에서 안춘생 회장은 IMF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휘해주신 탁월한 지도력, 그리고 남북간의 긴장상태 해소와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킨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필자는 1997년 대선 당시 노인복지와 관련해 공약한 사항들을 환기시키며, 경로연금제도 확대 및 기초노령연금 전환 등 공약 이행을 거듭 당부했다. 정광모 부회장은 대한노인회중앙회 회관 개축문제에 대해 언급했고, 정운태 부회장은 노인취업알선센터의 증설과 관련된 문제, 그리고 안필준 부회장은 노인게이트볼대회에 대통령기를 주실 것을 건의했다.
이날 모임에서 대통령은 “국민연금, 의료보험, 기초생활보장법 등에 의해서 노인문제 중 많은 부분이 해결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음을 본인도 잘 알고 있다”며 “연금을 받지 못하는 노인에 대해서는 서구사회에서와 같이 조세부담에 의한 연금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노인소득보장과 관련된 문제는 보강돼 오다가 2008년 7월부터 기초노령연금제도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2002년 1월 9일 오후 3시, 필자는 이태복 복지노동수석의 주선으로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단독으로 약 한 시간에 걸쳐 노인복지정책 전반에 대해서 대담할 기회가 있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여러 번 만났었다. 필자는 세대간 소득재분배에 관한 문제에서부터 말문을 열었다.
“오늘의 노인들은 절대빈곤 또는 상대적 빈곤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로연금제도에 의해 빈곤노인 70만명에게 월 3만원 내지 5만원씩을 지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 노인빈곤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께서는 1997년 12월 대선공약에서 현재의 경로연금을 기초연금제도로 개편해 국민 누구를 막론하고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제 대통령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으니 금년 중 기초노령연금법을 국회에 상정시키는 정도까지라도 성의를 베풀어 줬으면 하는 것이 우리 노인사회의 간절한 소망이다.”
대통령께서는 “노인빈곤문제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정부로서도 현재 노인복지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로연금제도를 기초노령연금제도로 전환시키기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조만간 이에 대한 정책대안을 내놓게 될 것이다. 모두가 다소 지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노인빈곤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잠정적인 조치로 노인취업기회 확대를 위한 정책을 적극 개발하고 있는 중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필자는 노인보건의료 문제도 언급했다. “2001년 현재 우리나라 노인 중 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와 같이 살지 못하는 노인비율이 이미 50%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그 비율이 70%선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국가는 고령후기노인 또는 만성질환노인들을 보살피기 위한 정책대안의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시군구 단위로 1개소씩 노인요양시설을 설치함과 동시에 재가노인에 대한 간병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는 독일 또는 일본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제정·시행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김 대통령은 기초노령연금법, 노인장기요양법의 입법방안에 대해서 당과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며 재정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어 다소 지연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고 기다려주기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과 한 시간 가까이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노인들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노인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의 말에 믿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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