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물들게 하는 시와 꽃
큰꿩의비름은 돌나물과의 식물로 산에서 바위에 붙어 사는 것을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다. 해마다 늦여름이 되면 맑은 날을 골라 이 꽃을 보러 산성을 찾아가는데,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화사하게 피어 있는 광경을 바라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시인은 평창의 어느 리조트 호텔 한식당에서 조반을 들다가 저고리 주머니에 들어 있던 종이 한 장을 주섬주섬 끄집어내더니 우리 몇 사람에게 이 시의 초고를 낭송해 주었다. 그는 큰꿩의비름 꽃뭉치에서 누님의 화장대에 놓여 있던 분첩을 떠올렸다고 했다.
큰꿩의비름
누나를
간질이고
나도 간질이다
연지라 곤지라
재 너머 시집가고
천의 송이
자잘하니
큰꿩의비름
불콰하니
선머슴아는
바위 턱에
남았어라
시·김창진 전 가톨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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