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주택 담보로 생계비 주는 제도 마련
(35) 주택 담보로 생계비 주는 제도 마련
  • 박재간
  • 승인 2013.10.18 11:54
  • 호수 3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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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간 선생의 한국노인복지 반세기

16대 대선서 노인복지 확충 공약후보 지지
대통령 오찬회서 임대용 노인주택 건설 건의


2002년 가을은 16대 대통령 선거 때문에 정국이 들썩거렸다.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이 다시 출마했고, 민주당에서는 노무현이 단일후보로 선발됐다. 당시 대한노인회 중앙회 상임부회장이었던 필자는 양당 후보들에게 노인대상 공약을 발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때는 이미 65세 이상 노인이 430만명을 상회하여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거대한 표밭인 노인사회를 향해 러브콜을 하고 있었다.
11월 2일에는 이회창 후보가, 9일에는 노무현 후보가 효창동에 있는 대한노인회 중앙회 강당에 와서 노인복지 공약을 내 놓았다. 여기서는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후보의 공약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우리 노인회 간부들은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었기 때문에 소홀하게 대한 점도 다소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가 발표한 노인 관련 공약은 노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선 그는 노인복지예산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국가예산 대비 0.37%에 불과했던 노인복지예산을 자신이 당선되면 임기 내에 국가예산의 1.5%까지 확충함과 동시에 기초노령연금 등 사회보장비를 GDP의 13.5%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옆에 있는 김성순 의원을 가리키며 “여러분들은 김성순 의원을 잘 아시지요? 제가 대통령이 되면 노인복지와 관련된 일은 모두 이 김 의원님이 주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 말을 자기가 당선되면 노인문제의 권위자인 김성순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노인단체 지도자들은 김성순 의원이 노인문제 전문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노인과 관련된 일을 맡기겠다고 하는 말에 호감을 가졌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2003년 10월 3일 정오, 전국 노인단체 지도자 130명은 보건복지부 김화중 장관의 안내로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하는 오찬회에 참석했다. 이 오찬회의 메인 테이블에는 노무현 대통령 내외분, 대한노인회 안춘생 회장과 상임부회장인 필자, 보건복지부의 김화중 장관, 한국노년학회의 차흥봉 회장, 전국노인단체연합회의 변창남 회장 그리고 안필준 부회장 등이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노년학회의 차흥봉 회장은 국가가 노인복지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전문학계의 인사들이 더욱 광범위하게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안춘생 회장은 노인게이트볼대회에 대통령 내외분이 참석해 주실 것을 건의했다. 전국노인단체연합회의 변창남 회장은 노인전문병원에 대해 언급했다. 필자는 후보 당시 공약한 기초노령연금의 조속한 실시를 촉구함과 동시에 앞으로 새로운 주택단지를 건설할 때는 그 단지 내에 임대용 노인복지주택을 건설할 것과 노인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생계비 저리융자제도를 마련해 줄 것 등을 다음과 같이 건의했다.
“첫째, 노인 단독 또는 노부부끼리만 세대를 구성하고 있는 노인비율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노인들이 생활하기에 편리하도록 설계되고 서비스기능이 구비된 임대용 노인전용아파트의 설치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주택단지를 신규 개발할 때에는 저소득층 노인 대상 임대용 노인전용 아파트 건설도 포함시키기 바란다. 둘째, 노인들 중에는 수억원 가치의 가옥은 소유하고 있지만 현금이 없어 고통을 받는 노인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가 노인재산관리공사 같은 기구를 설치해 그들의 가옥 또는 부동산 등을 담보로 매월 생활비를 정기 지급하는 제도를 신설했으면 한다.”
대통령께서는 특히 노인주택을 담보로 한 생계비 지급 제도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면서 대한주택공사가 그 업무를 검토해 보도록 조치하겠다는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 후 2004년 가을 어느 날 대한주택공사에 근무한다는 분들 몇 분이 한국노인문제연구소로 필자를 찾아왔다. “박 소장이 대통령께 건의한대로 노인주택을 담보로 한 생계비 지급제도가 마련됐음을 보고하러 왔노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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