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대상 범죄 매일 300건 발생
노인 대상 범죄 매일 300건 발생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3.10.25 10:43
  • 호수 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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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전년 대비 65.5% 증가 5년간 54만여건

문자 보내 소액결제 유도 신종 수법 ‘스미싱’ 극성
전문가들 “사회안전망·제도 뒷받침 허술” 지적


임실군 임실읍에 거주하는 김 어르신(82세)은 1년 전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눈 앞이 아찔해진다.
지난해 5월 김 어르신은 전화금융 사기, 이른바 보이스 피싱에 속아 임실읍내 은행에서 통장에 들어 있는 전액을 이체하라고 여직원에게 요구했다. 은행 여직원은 어르신이 전화를 받으며 은행에 들어서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출동을 요청하고 노부부를 설득했으나 막무가내였다. 때마침 출동한 경찰의 설명과 끈질긴 설득 끝에 전화사기라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전 재산을 잃을 뻔했다. 노부부가 농사 지으며 평생에 걸쳐 모은 전 재산 8600만원을 고스란히 사기단 입 속에 털어 넣을 뻔한 순간이었다.
반면 강원도 삼척에 사는 이 어르신(89)은 최근 모 전통시장을 찾았다가 “당뇨 검사를 해 주겠다”며 접근한 최모씨(54)에게 손가방을 빼앗겼다. 아들이 해 준 다섯 돈짜리 금반지와 장 볼 돈 10만원이 들어 있었다.
앞서 지난 3월 춘천에서는 노인들을 상대로 7만원짜리 건강식품을 70만원에 팔아 1억여원을 챙긴 박모씨(35) 등 일당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노인 대상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이 고령화를 넘어 고령사회로 빠르게 치닫는 가운데 범죄에 노출되는 노인 수도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3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2.2%인 613만여명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5년간 노인 상대 범죄는 54만여건이나 발생했다. 작년만 해도 하루에 일어난 노인 상대 각종 범죄가 347건이나 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새누리당 김영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0세 초과 대상 범죄 건수는 2008년 10만9678건, 2009년 12만1618건, 2010년 10만6329건, 2011년 7만6624건으로 점차 감소하다가 2012년 12만6482건으로 증가했다. 2011년과 비교하면 노인 대상 범죄가 65.5% 급증한 셈이다.

‘노인학대’ 올 8월까지 400건
이를 범죄 유형별로 보면 노인학대의 경우 2008년 213건, 2009년 190건, 2010년 111건으로 감소하다가 2011년을 기점으로 144건, 2012년 173건으로 증가해 2013년 8월까지만 해도 395건이 발생했다. 박근혜 정부가 4대악 범죄 중 하나로 정하고 척결의지를 선포한 가정폭력이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급증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지난 10월 22일 충남 천안에서 검거된 김씨의 사례는 가정 내 노인학대의 단적인 예다. 김씨는 신부전증을 앓는 자신의 어머니를 트럭에 태워 충남 서천군 판교면 판교파출소 앞에 버리고 달아나 혈액투석 등 필요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어머니가 숨지게 한 혐의다. 김씨는 경찰에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어머니 병시중이 힘에 부쳐 길거리에 내려둔 채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성 범죄에 특히 취약
범죄 유형 중 성 범죄는 더 심각하다. 노인 대상 성 범죄는 2008년 324건, 2009년 244건, 2010년 276건, 2011년 324건, 2012년 320건으로 한 해 평균 300여건의 성 범죄가 노인층을 상대로 저질러졌다. 작년 하루 평균 347건의 노인 대상 범죄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노인층 대상 범죄 유형이 성 범죄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노인 상대 사기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인층 사기범죄 피해자는 2009년 1만8981명, 2010년 1만7622명, 2011년 1만265명으로 다소 감소하다가 2012년 1만3083명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노인 대상 사기 범죄는 전화금융 사기, 스미싱 같은 신종 금융범죄부터 고전적인 방문 판매까지 종류와 수법도 다양하다. 경찰에 따르면 한해 발생하는 노인 대상 범죄 10만건 가운데 약 30%가 사기성 범죄다.

고령자 70%가 사기피해 경험
한 소비자단체가 실시한 조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70%가 공짜여행이나 무료공연 후 상품 강매, 전화 금융사기 같은 사기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노인들은 사기범죄에 많이 노출돼 있다.
특히 요즘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노인들도 늘어 스미싱 피해도 속출한다. 스미싱 범죄 피해는 올해 들어 2만3000여건, 피해액은 35억원에 달한다. 스미싱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또는 기업이 문자를 보낸 것처럼 가장해 개인 비밀정보를 요구하거나 휴대폰 소액 결제를 유도한다. 돌잔치, 결혼 청첩장 문자에 이어 최근에는 ‘도로교통법 위반’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메시지에는 ‘2013형 제330-13220호’라는 사건 번호가 게재돼 있어 현혹되기 십상이다. 기소내용을 볼 수 있는 URL (인터넷 주소)을 적어 놔 사용자가 이를 클릭하면 많게는 30만원까지 결제가 된다.
피해를 입었다면 경찰서에 신고하고 ‘사건사고 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 이를 핸드폰 이동통신사와 게임사, 결제대행사, 은행 등 결제 관련 사업자에게 제출해야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보다 먼저 이같은 신종 금융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모르는 문자메시지는 절대 확인하지 말아야 한다.
스미싱이 새로 나온 ‘디지털 사기’라면 홍보관이나 방문판매로 저가의 건강식품을 고가에 파는 것은 고전적 사기 수법이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이 겪는 사회적, 심리적 변화가 사기범죄에 취약해지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직장을 은퇴해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 보니 저렴하다고 광고하는 제품에 쉽게 현혹되고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선뜻 투자를 결정한다. 대인관계가 좁아진 데서 오는 외로움과 고독감도 사기 범죄자들에게 좋은 미끼가 된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노인들은 친절하게 말을 걸어오는 사기꾼들을 경계하기보다 반가워한다.

건강식품 판매 수법도 여전
외로운 노인들을 모아놓고 노래와 춤을 선보이며 위로하고 때로 관광도 시켜주면 미안하고 고마워서 제품을 사게 된다. 심지어 사기단이 경찰에 검거된 이후에도 범죄자들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노인들도 다수다. 실제 모 대학이 진행한 조사에서 혼자 살거나 병을 앓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사기당할 확률이 30% 높게 나타났다.
결국 노인 상대 사기 범죄는 대부분 디지털 기기에 어두운 노인들의 무지와 사회적 고립으로 위축된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것으로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사기범죄자들을 만나지 않으면 된다. 첫째, 공짜 선물 등을 주겠다는 설명회는 절대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일정 금액 이상의 돈 거래는 반드시 주변에 알려야 한다.
이미 물건을 구매했으면 포장을 뜯거나 훼손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상품계약 해지 규정에 따라 20만원 이상의 물건을 3개월 이상 할부로 구매했을 때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엔 어떤 이유에서든 철회할 수 있다. 방문판매 철회 기한은 14일 이내다.
만일 사기 범죄자가 일부러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척 포장을 뜯으려 한다면 즉시 제지해야 한다. 피해를 봤다는 생각이 들면 경찰이나 소비자상담센터(☎1372)에 전화해 문의한다.
한국노년소비자보호연합 관계자는 “노인들이 사기업체에 당하지 않도록 사회보호망과 제도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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