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보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11.01 10:30
  • 호수 3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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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갈등 유쾌하게 그린 방글라데시 영화 ‘텔레비전’
▲ 영화‘텔레비전’의 한 장면. 마을촌장‘아민’이 금지시킨 텔레비전 대신 설치한 텔레비전 모형의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주)엣나인필름

텔레비전 둘러싸고 벌어지는 마을 소동극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선정 영예도
각종 세계 영화제 초청… 11월 7일 개봉


바야흐로 IT시대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컴퓨터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 일상화 됐다. 뉴스 및 생활정보를 얻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예매부터 길찾기까지 모두 IT의 도움을 받는다. 헌데 여기 마을에 텔레비전을 들이는 것조차 못하게 하는 고집불통 노인 촌장이 있다. 바로 방글라데시 영화 ‘텔레비전’ 속 주인공 ‘아민’(샤히르 카지 후다 분)이다. 그는 대체 왜 텔레비전을 그토록 터부시하는 것일까.
알라신을 끔찍이 섬기는 아민은 극단적 이슬람주의자이며, 동시에 보수주의자다. 그는 ‘생명이 없는 이미지를 숭배하지 말라’는 알라의 말씀을 토대로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사진조차 부정한다. 그래서 신문을 볼 때도 모든 사진 위에는 흰색 종이를 붙이고, 성지순례를 위해 여권을 만들어야 할 때조차 사진 찍기를 거부한다. 실제로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등에 중독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읽으며 자신의 신념을 나날이 굳혀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을 사람들은 아민의 의견을 따라 텔레비전 없는 삶을 지지한다.
그러나 어디에나 불복종 세력은 있는 법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하필이면, 이런 아민의 생각에 반기를 품는 사람은 그의 아들 ‘솔라이만’(찬찰 초두리 분)이다. 솔라이만은 아버지의 강경한 입장과 그에 대한 사랑 때문에 불만을 억누르며 살아간다.
그러나 아민이 힌두교를 믿는 주민 한 사람의 집에만 예외적으로 텔레비전을 허락하면서 사태는 달라진다. 이러한 예외가 솔라이만을 비롯해 문명의 이기에 대한 갈증을 간신히 참아가고 있는 청년들을 자극한 것이다. 여기에 사랑하는 여인 ‘코이누르’(누스랏 임로세 티샤 분)가 아버지에게 맞설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자 솔라이만도 더는 참지 못하고 반항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텔레비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은 보수주의자로 대표되는 마을의 어르신들과 새로운 변화를 열망하는 청년들 간의 세대 갈등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나 순박한 인물들 덕분에 대립조차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려진다.
행복지수가 세계 1위인 방글라데시의 영화답게 ‘무공해 웃음’을 선사하는 이 작품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매년 기획력 있는 아시아 영화를 발굴, 제작지원하고 있는데 ‘텔레비전’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시나리오 단계부터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2년을 공들였고, 외화로는 최초로 올해 BIFF의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BIFF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소통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들을 희극적으로 풀어나가는 부분이 가슴에 와 닿은 영화”라고 평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영화는 제9회 두바이국제영화제, 제39회 시애틀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세계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고 말할 만큼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 그 속에서 우리는 각기 다른 시선으로 변화를 바라본다. 이러한 시각차가 세대 갈등의 주요한 원인임은 물론이다. 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떤 사회도 비껴갈 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순 없다. 때문에 영화 속 인물들이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과 영화의 말미 반전에 가까운 아민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글라데시의 대표 감독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가 연출한 이 영화는 11월 7일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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