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했어도 재산 상속 내맘대로 못해
유언했어도 재산 상속 내맘대로 못해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3.11.01 10:36
  • 호수 3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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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자식’ 상속권 보장하는 상속회복 청구권·유류분 제도
▲ 박신호(왼쪽)·엄정숙 변호사

내가 받아야 할 상속재산을 다른 누가 가로챘다면?
그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것이다.
최근 삼성가(家)는 고 이병철 회장이 남긴 유산을 두고 형제간에 법정 공방이 한창이다. 장남 이맹희씨가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단독 상속받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차명재산에서 자기 몫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 손을 들어줬다. 상속 회복을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이맹희씨 측은 즉각 항소했고, 삼성가의 4조원대 유산 소송은 이맹희씨가 상속권 침해 사실을 인지한 때가 자신의 주장처럼 2011년인지, 아니면 이건희 회장이 주장하는 2008년인지 둘 중 언제를 재판부가 인정하냐에 따라 향방이 갈리게 됐다.

권리행사 기간 ‘제척기간’ 지켜야
삼성가 소송의 승패를 가를 핵심쟁점인 제척기간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척기간은 법률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현행법은 상속 회복을 청구할 수 있는 제척기간을 ‘상속권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상속권의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으로 규정한다.
삼성가 소송의 경우 상속권 침해행위가 일어난 날은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1987년으로 이미 10년이 지났다. 그래서 상속권 침해 사실을 안 날이 언제냐가 중요해진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 특검 수사결과가 발표된 2008년을, 이맹희씨는 삼성 측이 보내온 ‘상속재산 분할 소명자료’를 본 2011년 6월을 각각 인지 시점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상속 회복 청구 소송에 있어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제소가 가능한 기간이다. 상속인이 아닌데 상속을 받은 사람, 또 공동 상속인이지만 자기 몫을 초과해 상속을 받은 사람, 이른바 참칭상속인을 상대로 침해를 받은 상속권자가 자기 몫을 주장할 때 상속 회복 청구 소송을 낸다.
과거 민법 조항은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이 개시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된다’로 규정돼 있었다. 2001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상속이 개시된 날’ 대신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같은 개정은 특정한 상속 회복 청구 사건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15년 전에 사망한 피상속인의 재산을 피상속인 사망으로부터 7년 후에 어느 공동상속인이 자신의 명의로 이전을 했다고 하면, 이전 민법에서는 상속이 개시된 때, 즉 피상속자가 사망한 때로부터 10년이 지났기에 소송을 낼 수 없다. 하지만 현재 개정 민법조항으로는 상속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을 넘지 않았기에 법적으로 자기 몫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박신호 변호사는 “소송은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며 “삼성가 소송의 쟁점인 제척기간도 재판부 판단에 달린 것이어서 최종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이처럼 상속자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유류분 제도도 그 중 하나다.

주기 싫어도 주어야 하는 ‘유류분 제도’
열 살 무렵부터 지게질을 시작해 맨주먹으로 100억대 재산을 이룬 김 어르신(82세). 임종을 예감하고 ‘장남에게 전 재산을 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3남2녀를 두었지만, 노부모 부양을 홀로 책임지고 궂은 일 진 일 가리지 않은 장남에게 가진 재산을 모두 주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차남이라는 이유로, 또 딸이라며 집안 대소사는 모른 척하면서 사업자금이다 뭐다 틈만 있으면 손 벌리는 다른 자식들에게는 괘씸죄가 적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 어르신의 유언은 지켜지지 않는다. 우리 민법은 재산을 소유한 자가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사후 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유언 절대의 원칙을 취한다. 그러나 가족 중 어느 특정인에게 모든 재산이 상속된다면 고인은 사망해 알 길이 없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러한 분쟁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유류분 제도다. 상속인의 생계를 고려하지 않은 유언은 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취지다.
유류분(遺留分)이란 최소한의 상속 재산을 법적으로 보장한다 것이다. 유류분 제도에 의해 특정인에게 유류분 한도를 넘는 유증이나 증여가 있을 때, 그 특정인을 상대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역시 유류분 청구 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 내,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이내다. 이 기간을 초과하면 유류분 소멸시효로 인해 법정 유류분 반환 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일단 소송을 내면 판결까지는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
유류분의 권리자와 유류분 상속순위에 따른 유류분 비율은 다음과 같다.
① 직계비속은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②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③ 직계존속은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
④ 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란 것은 망자(亡子)가 특정 대상에게 재산을 주지 말라고 유언했어도 그 특정 대상에게 돌아가야 할 법에서 정한 상속분(법정상속분)의 절반 만큼은 소송을 제기해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류분 상속청구센터 엄정숙 변호사는 “가족 간의 문제인 만큼 우선 당사자 간에 합의를 시도해 보고 상대방이 대화나 협상의 여지가 없다면 그때 법원에 유류분 청구 소송을 제기하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 박신호·엄정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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