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서 실종되는 치매노인 잇따라
요양시설서 실종되는 치매노인 잇따라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11.08 11:00
  • 호수 39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윤목적 우후죽순 생긴 부실 요양기관 많아

건보공단 등 “인력 부족해 감시 역부족” 변명


10월 요양시설에서 50대 여성 요양보호사가 80대 할머니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최근 요양시설에서 치매 어르신들이 잇따라 실종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춘천에 사는 박모(57·여)씨는 실종된 친정아버지(77)를 26일째 찾고 있다. 10월 12일 강원도의 한 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에서 사라진 아버지는 치매환자다.
요양원에 모신 지 두 달 만에 아버지는 실종됐다. 경찰, 119구조대, 면사무소 직원, 일가친척과 함께 쉬지 않고 아버지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입동(立冬)이 가까워지는데도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10월 25일에도 강원 횡성의 한 요양원에서 파킨슨병을 앓는 김모(50)씨가 사라져 21시간 만에 수색대에 구조됐다.
8월 경남 창원에서는 요양원 생활을 하던 이모(71·여)씨가 병원 진료를 받으러 외출했다가 실종된 지 이틀 만에 3㎞ 정도 떨어진 공사장 풀숲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윤을 목적으로 한 허술한 노인 장기요양시설은 우후죽순 생겨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지자체는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국 장기요양기관 수는 2008년 1543개에서 지난해 4660곳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일정 기준의 시설과 인력만 갖추고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건보공단으로부터 급여를 받아가며 누구나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요양원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든 것이다.
문제는 서비스 질이 시설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무더기로 시장에 진입한 사설 요양기관 중 상당수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재정적 여력이 부족하다.
요양보호사 1명당 정해져 있는 입소자 수를 초과하거나 안전 설비 등의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시설급여를 부당하게 받아 챙겨 건보공단에 적발된 요양기관은 4만4038곳, 부당지급된 돈은 145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를 감시해야 할 건보공단과 지자체는 인력부족을 이유로 관리업무에서 손을 놓고 있다.
서류 심사를 통해 급여를 지급하는 건보공단은 현장 확인이나 사후 관리는 지자체에 떠넘기는 상황이다. 지자체는 전담인력 배치는 고사하고 민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1년에 한 번 하는 형식적인 실태조사에만 그치고 있다.
나주봉(56) 치매 전국 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모임 회장은 “치매 환자는 끊임없이 걷는 특성이 있어 하루 이틀 내에 찾지 못하면 수개월 후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