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묏비나리’ 백기완이 여는 ‘시낭송의 밤’
‘묏비나리’ 백기완이 여는 ‘시낭송의 밤’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11.15 10:43
  • 호수 3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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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자작 시 15편 비나리로 부른다

1980년 ‘임을 위한 행진곡’의 노랫말이 된 시 ‘묏비나리’를 썼던 백기완(80)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시낭송의 밤’을 마련한다.
직접 쓴 시 15편을 읽기로 했는데, 통상적인 낭독은 아니다. 글을 모르고 시의 형식을 몰라도 고통과 희망을 노래하며 자신과 옆 사람의 기운을 북돋우던 민중의 비나리 전통을 되살려보겠다는 게 백 소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행사 이름이 ‘백기완의 시낭송회’가 아니라 ‘백기완의 비나리’다.
11월 11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 소장은 “내가 죽기 전에 꼭 정말로 인류의 예술세계에 딱 던져놓고 싶었던 것”이라며 “비나리는 삶의 아픔을 몸으로 빚어내는 문학적이고 예술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비나리는 그동안 주로 고사를 지내며 부르는 무속의 노래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백 소장은 이를 ‘무속적 변질’이라고 지적하면서 비나리를 ‘저항문학’이라고 칭했다. “생명 아닌 것이 생명을 죽이는 것에 대한 생명의 몸부림”이 곧 ‘저항’이고 이 저항의 정신이 곧 비나리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지금 비나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백 소장은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는 세상을 지배하면서 모두다 소시민적 갈등과 절망과 타락에 빠져 있다”면서 “사람이 사람을 저버리고 사람됨을 잊고 다들 속으로 병들어가는 이때 비나리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백 소장은 비나리를 ‘쇳소리’와도 연결해 설명했다. 입에서 쇳내가 나도록 일을 하는 무지렁이들이 “죽음을 넘고, 무너지는 하늘을 지고 일어서면서 내는 소리”가 ‘쇳소리’이며 비나리라는 것이다.
11월 29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조계사 내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리는 행사에서는 심보선·진은영·송경동 시인이 연대시를 읽고 참석자들이 민중민주주의 선언을 채택한다.
행사에 맞춰 시인들은 저항시집 ‘우리 시대의 민중비나리’를 출판한다. 신경림 시인이 추천사를 쓰고 정희성·백무산·이문재·나희덕·함민복·맹문재 등 80여 명의 시인이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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