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나무사이로 찬바람이 몰아친다
한적한 설산의 오솔길을 걷는 나그네는
두 손에 입김을 주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디선가 산 꿩 한 마리가 후두둑 날아 오른다
지난여름 참나무 둘레를 휘감은
다래 넝쿨에서 눈꽃이 흩어진다
나그네는 눈 덮인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으로 걸음을 옮긴다
산토끼 한 마리가 희뿌연 산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주변은 점점 어두움이 감싸오고
금방이라도 많은 눈이 내릴 것만 같다
창백하고 황량한 숲을 울리는 찬 공기와 겨울바람
나그네는 이 심오한 자연의 변화 속에서
인생무상을 느껴본다
지난여름 이 숲은 푸르고 새들은 즐겁게 노래하며
바람은 부드럽게 불어서 온 세상이 활기차 있었는데
그 무성했던 나뭇잎과 꽃은 떨어져 숲 속에 묻히고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목 쉰 바람 속에 흔들리고 있으니
온 세상이 삭막하기 그지없다
문득 산 나그네는 걸음을 멈추고 먼 하늘을 쳐다본다
그러면서 어렴풋이 희망을 느껴본다
오래지 않아 이 삭막한 눈 속의 대자연은
생기를 되찾아 싹이 트고 잎이 피며
새들의 즐거운 노래 속에 꽃피는 새 봄은 다시 올 것이다
이기훈 정선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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