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 일자리·복지 해결할 ‘구원투수’로 떠올라
고령화시대 일자리·복지 해결할 ‘구원투수’로 떠올라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11.28 19:42
  • 호수 39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향후 전망과 과제
▲ 11월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시니어 구직자가 기업 채용 담당자와 취업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정부 “시간제 공무원에 전일제 전환 청구권 부여할 방침”
삼성 “2년간 계약직에 근무 시킨 뒤 선별해 계속 고용”
노동계 ‘질 낮은 일자리’ 우려… 전일제와 갈등 가능성도


‘시간선택제 일자리’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정부에서 강력한 의지로 추진하고 있고 민간 기업도 잇따라 동참하고 있다. 11월 26일 코엑스에서 열린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는 새로운 고용 프로그램에 대한 구직자들의 관심과 열기를 대변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 한쪽에서는 시간선택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분명히 존재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계획과 민간기업의 채용규모, 노동계 등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을 알아본다.

정부의 시간선택제 활성화 계획=정부는 11월 13일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7년까지 시간선택제 공무원 4000여명(7급 이하 일반직)을 채용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공무원 임용령 개정을 추진한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에 대해서는 겸직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공무원 연금 혜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중앙 공공기관도 2017년까지 시간선택제 근로자 9000명을 뽑기로 했다. 지방공공기관은 시간선택제 채용기준 마련, 경영평가지표 신설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의 경우 경영평가 항목에 시간선택제 채용비율을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교사도 채용할 계획

국공립학교는 시간선택제 교사 35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교육 공무원 임용령을 개정하고 교육부 주도로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간선택제가 정착되려면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보장되며, 전일제 전환이 가능해야 한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에게 전일제 전환 청구권을 보장해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일제 전환시 신규채용 절차를 거치게 할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희망자에게 무조건 선택권을 줄 것인지 정해지지 않았다.
민간 부분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기업에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시 임금의 절반을 월 80만원 한도 내에서 1년간 지원하고 투자세액 공제시 반영폭을 늘리기로 했다. 특히 일자리를 신설한 중소기업주에는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부담분 전액을 2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시간제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임금의 근로시간 비례원칙,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등에 관한 입법을 추진한다.
동시에 인사·노무관리·임금·복리후생 등에 관한 시간제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기업에 보급하는 한편 시간제 구인·구직 정보가 담긴 취업사이트를 내년 1월에 개설할 방침이다.
또 현행 전일제 근로자 중심으로 된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시간제 근로자에 확대 적용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시간제 간호사를 늘리기 위해 서울과 지방의 종합병원 및 상급 종합병원이 주 20시간 이상 근무하는 시간제 간호 인력을 채용하면 입원료 지원액을 늘리기로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내년도 채용 규모와 관련해 “공무원은 600명, 공공기관은 100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수요 조사를 근거로 목표치를 설정했기 때문에 달성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에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전체 신규채용 인원의 20%에 이를 전망이다.

민간부문 시간선택제 채용 계획=삼성그룹은 11월 13일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 내년초까지 삼성전자 등 20개 계열사에서 모두 6000명을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신입 및 경력사원을 포함해 올해 삼성그룹 채용규모(2만6000여명)의 23%에 해당한다.
회사별로는 삼성전자가 2700명으로 가장 많다. 삼성디스플레이도 700명을 뽑고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도 각각 400명을 뽑는다. 이번 시간제 채용계획의 특색은 제조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유통업의 경우 업종 성격상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데 부담이 덜하다”면서 “제조업은 유통업과 달라 많은 고민과 연구 끝에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20개 직무 가운데 개발지원(1400명), 사무지원(1800명), 환경안전(1300명), 생산지원(500명) 등에서 채용이 많아 판매직, 상담직 등에 투입되는 것과는 차별화된다.
삼성은 퇴직한 장년층과 결혼·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위주로 채용할 계획이다. 특히 선발 인력의 일정비율은 55세 이상 중장년층에 할당된다.
삼성그룹 인사담당자는 “시간선택제 고용 확대는 사회 전반에 일과 가정을 양립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조직에는 인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시간제 근로자를 우선 2년 계약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2년이 지난 뒤 일정수준의 업무능력을 갖춘 사람은 지속적인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
시간제 근로자들은 개인의 여건에 따라 하루 4시간 또는 6시간의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오전, 오후 등 개인의 여건에 맞는 근무시간대를 고를 수 있다. 직무 특성에 따라서는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특히 정해진 근무시간 이후에는 잔업이나 특근을 하지 않는다.
시간 선택제 근로자에 대한 처우는 해당 직무의 가치와 근무시간에 비례해 결정되며, 복리후생도 근무시간에 비례해 적정한 수준으로 지원된다.
삼성에 이어 LG그룹도 500여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등을 비롯한 10여개 계열사가 참여한다.
LG그룹의 시간제 근로자의 직무 분야는 번역, 심리상담, 간호사, CAD, 개발지원, 생산지원, 사무지원, 콜센터 상담직, 뷰티 컨설턴트 등이다.
롯데그룹은 이미 내년 상반기까지 2000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하기로 했고, 신세계그룹도 연말까지 1000여명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하는 등 유통업계에서는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 활발하다.
신한은행도 정부 일자리 정책에 동참하고자 2016년까지 총 500여개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200명, 2015년 200명, 2016년 100명 수준으로 총 500여명의 시간제 RS직(입출금 및 제신고 업무 수행)을 채용한다.

55세 이상에 시니어리턴십

CJ는 만 55세 이상 장년층을 위해 시니어리턴십 프로그램을 도입, 고령화 사회에 발맞춰 경제적 자립과 자아실현을 위해 일자리를 원하는 은퇴한 장년층이 더 멋지고 열정적인 제 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경력 단절 여성은 CJ리턴십 제도로 뽑는다.
CJ시니어리턴십으로 채용돼 CGV 대학로점에서 극장 청결관리 등 도움지기로 일하는 조운제씨(65)는 “처음엔 고객들이 무시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면서 “다시 예전의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문제점은 없나=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추진에 대해 일부에선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추진할 뿐,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여성노동단체 연대모임인 ‘생생여성노동행동’과 여성 국회의원 9명은 11월 18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방안에 대해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정책”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시간제 일자리는 지속성을 갖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규직 대비 시급(時給)을 더 많이 주지 않는 이상 안정적인 소득을 바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가 열리던 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시간제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개선하지 않은 채 ‘정규직 시간제’라는 거짓 홍보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박람회를 ‘저임금 알바 일자리 전시회’라고 혹평했다.

박 대통령 “차별 없어야 성공”=박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성공적 안착과 관련 “근로조건에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금과 4대보험은 물론 교육훈련 기회도 풀타임과 동등한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만 고용의 안정성도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오히려 풀타임(전일제) 직원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 근무시간이 4~6시간에 불과하고 재택근무가 가능해 일 부담이 적은데도 4대보험과 복리후생에서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겸직 허용 방안도 논란의 대상이다. 현직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겸직이 금지된 상황에서 시간선택제 공무원에게만 겸직을 허용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아 시간선택제 채용에 몰두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경력단절 여성이나 중장년층 대신 청년들을 시간선택제로 채용할 우려도 여전하다.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자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