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이 살아 있는 춤 ‘묵향’
스타일이 살아 있는 춤 ‘묵향’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11.29 14:17
  • 호수 3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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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서 12월 6~8일 3일간 공연

디자이너 출신 정구호의 첫 연출작

 

▲ ‘묵향’에서 안정된 춤사위를 선보일 최진욱 무용수. 사진 제공=국립극장

한국 춤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할 작품 ‘묵향’(墨香)이 12월 6~8일 3일 동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립무용단이 무대에 올리는 이번 공연은 사군자를 소재로 정갈한 선비정신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아낸 작품으로, 무용가이자 안무가였던 故최 현의 유작인 ‘군자무’를 재창작한 것이다.
시작과 끝, 매·난·국·죽(梅·蘭·菊·竹)의 총 6장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통해 세상을 보는 군자의 시선을 담는다.
1장에서는 12명의 남자 무용수가 선비 춤을 선보이며, 2장에서는 여성 무용수가 조선시대 여인들의 절개를 표현한다.
3장에서는 난초 같은 양반의 자태를 드러내며, 4장에서는 여인의 춤을 중심으로 여섯 쌍의 남녀가 국화를 형상화한다. 5장에서는 대금 산조의 자진모리를 연주해 곧은 대나무 속 유연성을 표현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사계절의 조화와 군자정신, 그 속에 담긴 자연의 이치를 표현하는 군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그간 국립무용단이 고수해오던 서사적이고 극적인 스토리텔링 형식에서 벗어나 춤이 중심이 되는 무대로 꾸며진다는 것. 특히 한국 춤의 특성인 살아있는 곡선과 은근한 매력을 부각했다.
‘묵향’의 연출을 맡은 정구호는 지난 10년간 패션브랜드 ‘KUHO’의 디자이너이자 제일모직 전무로 활동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이번 공연은 그가 프리랜서로서 예술영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선언한 이후, 첫 번째 연출하는 작품이다.
때문에 많은 이들은 미니멀리즘으로 대표되는 정구호와 한국 전통무용이 만나 어떤 무대가 탄생할지 주목하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적 흐름을 뜻한다.
이번 공연에서 춤만큼이나 주목할 부분은 디자이너 정구호가 만든 의상이다. ‘묵향’의 의상은 전통복식 라인을 유지하면서 천의 색감, 재질 등을 응용해 독특하게 만들었다.
저고리의 길이는 짧아졌고, 고름은 없앴다. 치마는 더욱 풍성하고 봉긋해졌으며, 색은 기본으로 흰색·회색·검정이 쓰이되 분홍·노랑·초록이 포인트로 사용됐다.
정 감독은 “전통은 고루하고 촌스럽다는 통념을 깨고, 우리문화의 진면모를 관객 앞에 보이고자 한다”며 “또한 여성 무용수가 주를 이룬다는 인상을 주었던 한국무용이 남성들의 춤으로서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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