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에게 유산 절반 먼저 주는 상속법 개정 추진
배우자에게 유산 절반 먼저 주는 상속법 개정 추진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1.10 09:53
  • 호수 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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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자녀보다 배우자에게 줄 유산 몫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상속법 개정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이달 안에 민법 개정안을 확정,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 민법은 사망자의 재산을 직계비속인 자녀와 공동으로 상속하는 배우자는 자녀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하도록 해 ‘1.5(배우자): 1(장남):1(차남):1(혼인한 딸)’로 상속재산을 나누도록 정하고 있다. 상속 자녀수가 많을수록 배우자 상속분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에 따라 생존 배우자를 보호하는 상속규정의 개정이 꾸준히 요구돼 왔다.
1990년 이후 24년만에 바뀌는 이번 상속법 개정안은 이런 지적을 반영해 배우자에게 사망자의 재산의 절반을 우선 주도록 했다. 그런 다음 그 나머지를 종전 비율대로 1.5:1:1:1이나 1:1:1:1로 배분하는 내용을 검토중이다.
자녀가 셋이고 고인이 유산 9억원을 남겼다면, 현행 민법으로는 배우자가 3억원, 자녀들은 각각 2억원씩 물려받는다. 그런데 민법 개정 후에는 배우자가 우선 4억5000만원을 받고, 나머지 4억5000만원을 1.5:1:1:1로 나눠 1억5000만원을 배우자가, 자녀들 셋은 각각 1억원씩 물려받는다. 배우자 몫이 총 6억원으로 개정 전보다 두 배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배우자 상속분을 크게 늘린 것은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길어진 노후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81.2세로 크게 증가했지만 노인 빈곤율은 남성 41.8%, 여성 4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30개국의 평균(15.2%)보다 3배나 높다. 특히 여성 노인은 남성보다 7년가량 더 살고, 빈곤율도 상대적으로 높아 자녀가 부양하지 않으면 전적으로 상속재산에 의지해 생계를 꾸려갈 수밖에 없다.
배우자에게 상속재산의 절반을 먼저 주는 ‘선취분’ 제도 도입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 2005년 제시한 바 있다.
조경애 가정법률상담소 부장은 “선취분은 생존 배우자가 고인과 공유하고 있던 자기 몫의 재산을 가져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혼으로 혼인이 해소되는 경우에는 재산분할이 인정되고 있는데 배우자 사망으로 혼인이 해소되는 경우에는 재산에 대한 청산이 이뤄지지 않는 불합리한 면을 개선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혼의 경우 우려되는 법적 분쟁은 먼저 가족간 협의를 추진한 다음 협의가 안 되면 법원이 혼인기간과 재산형성 기여도 등을 참작해 선취분을 조정하도록 했다. 재혼 당사자가 결혼 시점에서 자신의 선취분을 의논해 미리 정해 놓는 방안도 있다. 법정상속분은 유가족들의 유산분쟁을 막기 위해 배분액을 법으로 정한 만큼, 사망자의 유언과 유가족 협의가 우선하기 때문에 상속배분은 다양하게 결정될 수 있다.
상속법은 1960년대 처음 시행한 이후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꾸준히 개정돼 왔다. 1960년 상속조항은 호주를 승계한 아들에게 50%를 더 줘 장남을 위주로 한 당시 시대상을 반영했다. 1977년 1차 개정에서는 여성 배우자 상속분이 늘어나 장남과 같은 1.5배가 되었지만 혼인한 딸은 여전히 0.25배로 남녀 차별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1990년 개정 때 호주상속 제도가 폐지되면서 지금처럼 아들딸이 똑같이 분배받고 배우자는 자녀의 1.5배를 상속받게 됐다.
이번 3차 개정은 고령화 사회에 홀로 남은 배우자 생계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노인복지 문제를 국가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상속을 통해 미루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상속받은 배우자가 사망해 자녀에게 다시 상속될 때 상속세가 지금보다 늘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망자에게서 자녀로 전해지던 상속 재산이 생존 배우자를 거치면서 한번 더 상속세를 물게 돼 세금을 이중 부과한다는 것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배우자 상속분에 대해서는 민법상 법정상속분에 한해 최대 30억원까지 과세표준에서 공제해 주고 있다. 따라서 상속재산이 30억원만 넘지 않는다면 배우자의 세금부담은 없는 셈이다.
이처럼 상속재산에 대한 면세금액이 적지 않은 데다 상속세를 통한 세수 확대로 부의 재분배 효과가 있어 찬반 여론이 분분하다. 그러나 24년만의 개정인 만큼 진통을 거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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