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수조원대 담배소송 ‘초읽기’
건보공단 수조원대 담배소송 ‘초읽기’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1.17 10:20
  • 호수 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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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추진하는 담배소송 계획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공단은 1월 24일 이사회를 열어 소송 시기와 소송 가액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빨라도 올 상반기 내로 점쳐졌던 소송 일정이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지게 됐다. 현재까지 이사회 멤버들의 상당수가 담배 소송에 찬성할 것으로 전해져 늦어도 2월께에는 소송에 들어갈 전망이다.
공단은 지난해부터 KT&G와 외국계 담배회사를 상대로 폐암과 후두암 진료비 중 공단 부담금을 환수하기 위한 손해배상소송을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법무지원실 직원 4명이 지난해 6월 담배 소송 사례 연구차 미국 출장을 다녀오고, 지난 10일 ‘국민건강보험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산하에 ‘흡연피해구제추진단’을 꾸려 건강보험 재정손실에 대한 입법, 사법적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공단이 예상하는 소송규모는 최소 600억원. 그러나 수조원대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에 따르면 소세포암(폐암)과 편평세포암(후두암) 진료비의 공단 부담금 환수 범위를 2010년도분으로 하면 소송액이 600억원이지만,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치로 확대하면 3052억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공단의 연구결과 흡연으로 인한 한해 추가진료비가 1조7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소송 액수가 수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게 공단의 판단이다.
공단은 연세대 지선하 교수팀과 공동연구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 자료를 통해 흡연 남성이 일반인보다 후두암 위험 6.5배, 폐암 위험 4.6배, 식도암 위험이 3.6배가 높고, 이에 따른 건보재정 지출이 2011년 기준 1조6914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공단의 담배소송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승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선 공단의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 현재 법원에는 3건의 개인 담배소송이 계류중에 있다. 법원은 담배가 결함있는 제조물이 아니고, 제조상 하자도 없으며, 표시상의 결함도 없고, 제조 및 판매와 관련한 위법행위도 없기 때문에 흡연자의 피해에 대해 담배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송의 승패는 공단이 담배회사의 책임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명백하게 입증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공단은 지난해 확보해둔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규명한 자료 등을 토대로 법원의 판단을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이고 과학적 진료기록에 입각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흡연 피해 사실을 의학적으로 규명한다면 승산이 충분히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담배소송을 추진한 배경에 대해 사회적 정의와 형평성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료를 사회보험 방식으로 거둬 관리하는 기관으로서 흡연 피해 원인 제공자인 담배회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건보재정 손실액을 분담토록 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는 논리다. 흡연 피해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KT&G의 2011년 당기순이익은 1조308억원이다.
흡연자는 담배 한 갑당 354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물고 있다. 징수액은 한해 1조5485억원(2010년)에 이르며 단순 건강보험재정 지원금으로 쓰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을 4대 중증질환 보장 확대 공약 이행에 들어갈 막대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실제 지난해 3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354원에서 1146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징수금액이 연 1조5000억원에서 3조 5000억원으로 늘어나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담배 업계는 흡연자가 낸 세금을 흡연관련 질병 치료비로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게 순서라며 반발하고 있다.
어떤 목적이든 세금이 국민 보건에 쓰이고, 그에 필요한 재원 중 일부를 원인 제공자에게 받아내는 일이 사회적 정의를 거스르는 일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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