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돕는 것만으로도 부자 된 기분”
“이웃을 돕는 것만으로도 부자 된 기분”
  • 연합
  • 승인 2014.01.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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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노인들 푼돈 모아 110만원 기부
▲ 1월 10일 만석동 쪽방촌 인근 공동작업장에서 문구용 볼펜을 조립하는 쪽방촌 어르신들. 사진=연합뉴스

젊은 시절 충청권 고속도로 건설공사와 부산 낙동강 하굿둑 공사 등 전국의 굵직한 건설 현장을 누빈 김명관(73)씨는 10여 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정을 잃었다.
3층 공사장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친 후, 화장품 방문 판매로 끼니를 겨우 잇긴 했지만 집이 없어 몇 년간 노숙 생활을 하기도 했다. 여름에는 공사장 건물에서 신문지를 이불 삼아 쪽잠을 잤고, 겨울에는 큰 병원 로비 의자에서 추위를 피했다.
김씨가 인천의 한 쪽방촌으로 이사를 온 건 2001년. 화장품 단골손님이 빌려준 보증금 100만원으로 2평 남짓한 판잣집을 얻었다.
이후 그는 5년 전부터 쪽방촌 근처 공동작업장에서 문구용 볼펜을 조립하는 일을 했다. 한 달 수입은 고작 10만원 안팎이다. 기초생활수급비 30여만원과 재활용품을 수거해 버는 10여만원을 더해도 생활하기가 빠듯하지만, 그는 얼마 전 뜻 깊은 기부에 동참했다.
“쪽방촌 생활을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여름에는 선풍기를, 겨울에는 이불 등을 보내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적은 돈이지만 우리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남은 판자촌 밀집 지역인 만석동 쪽방촌 노인들은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110만1100원을 기부했다.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기도 한 만석동 쪽방촌은 주민 60~70%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대부분 자활사업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노인들과 노숙인 쉼터 입소자 등 200여 명도 뜻을 보탰다. 이들의 기부활동은 2008년부터 벌써 6년째다.
모금 활동에 동참한 쪽방촌 주민 이명옥(73·여)씨도 “남들이 보면 비웃을지 모를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부자가 된 기분”이라고 웃었다.
지난해 이들이 기탁한 성금은 어린이집에서 밥을 먹다가 뇌사상태에 빠진 한 어린이의 치료비로 쓰였다. 이번에 낸 성금은 화재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 구로구 외국인노동자 보호시설을 돕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박종숙 인천쪽방상담소장은 1월 12일 “쪽방촌 어르신들이 공동작업장에서 하루 버는 돈은 3000 ~5000원이 고작”이라면서도 “이들에게 큰돈인 하루 벌이를 기분 좋게 내 놓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돈이 있으면서도 금액이 적어서 기부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쪽방촌 어르신들이 모범이 돼 기부 문화가 확산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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