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재혼 발목 잡는 개정 상속법 선취분 제도
황혼재혼 발목 잡는 개정 상속법 선취분 제도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1.24 10:55
  • 호수 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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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분쟁·사전증여 등 크게 늘어날 듯

개정 상속법이 확정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황혼재혼을 더 어렵게 만들 거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논란의 핵심은 개정 상속법이 채택한 선취분 제도다. 고인의 상속재산 중 절반을 생존배우자에게 먼저 주는 선취분 제도는 생존 배우자의 생계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일정한 소득 없이 살아갈 여생이 많아진 데 반해 자녀들의 부모 부양의무감은 쇠퇴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
상속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황혼재혼은 자녀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는 일이 빈번하다. 생모 혹은 생부의 고생을 기리고 싶은 이유도 크지만, 더 엄밀히는 자기 몫의 유산을 계부 혹은 계모와 나눠 갖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상속법 개정이 몰고올 파장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의붓 자녀들과 상속소송 봇물
개정안은 생존 배우자의 선취분 50%를 못박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하면서 부부가 함께 재산을 일군 경우다. 재혼을 했거나 별거한 적이 있으면 재혼기간 및 별거 기간, 재산형성 기여도 등을 따져 법원이 선취분을 정하게 된다. 이는 이미 재혼 배우자와 자녀들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상속문제가 법정 소송으로 번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유언에 의한 상속과 협의분할에 의한 상속을 먼저 인정하기 때문에 고인이 미처 유언을 남기지 못했다거나 유족들간에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상속받을 몫을 법정에서 가리게 된다.
물론 상속법 개정 전에도 황혼재혼은 힘들었다. 그러나 상속법 개정으로 생존 배우자의 선취분을 법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재혼배우자는 그 법적근거를 가지고 소송을 내기가 훨씬 쉬워진다. 더구나 유언과 상관없이 근친자에게 일정한 몫을 보장하는 유류분 청구권의 주장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생부모 사망시 일어날 법적 분쟁을 염려한 자녀들의 재혼반대는 더 극심해질 전망이다.

재혼배우자가 남긴 유산도 분쟁의 씨앗
법 개정 후에도 재혼배우자가 남긴 유산이 친자 외 의붓 자녀들에게 배분되지 않는 것은 변함없다. 배우자 몫이 1.5배인 현행법상에서는 별 분쟁거리가 되지 않지만 선취분 50%를 인정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일 아버지가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어머니가 사망한다면 새어머니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산은 고스란히 새어머니 소생의 친자녀들에게 가게 된다. 새어머니가 남긴 유산 중 상당 액수가 아버지의 유산이기 때문에 이를 염려한 자녀들의 재혼반대는 당연하다는 동조를 얻기도 한다.

가업승계자 성(姓) 바뀔 수도
고인이 법인을 운영한 경우에는 일이 더 커진다. 배우자 상속재산이 늘게 되면 가업승계권을 놓고 유족간 다툼이 심해질 수 있다. 재혼배우자의 경우 기여도를 따져 선취분을 정한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재혼기간이나 무형적인 재산형성 기여도를 계량화할 수 없어 법정다툼의 결말은 예측할 수 없다. 법정에서 승소한 재혼배우자가 최대주주 자격으로 경영일선에 나선다면 가업을 운영하는 오너의 성(姓)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염려해 선취분 자동분배를 막기 위한 사전증여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이는 생존배우자의 생계보호에 초점을 맞춘 상속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재혼배우자도 자신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사전증여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생존배우자 생계유지 방안은 윤리로 풀어야 하는데 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진통이 생기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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