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위의 매화’ 독창적인 미학
‘도자기 위의 매화’ 독창적인 미학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4.04.18 13:57
  • 호수 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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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상철 개인전 성황리 막 내려
▲ ‘매화작가’이상철씨가 백자쟁반 위에 그린 홍매화. 사진=화가 이상철 제공

21년 간 외부활동 없이 창작에만 집중
독학으로 매화 그림서 일가 이뤘단 평가도
“매화 그리는 것은 내 삶 그 자체”


“매화 그림이라고 해서 다 똑같지 않아요. 이상철의 작품은 새롭고 특별하다는 인상을 받았으면 합니다.”
홀로 그림을 공부해 화가가 된 ‘매화 작가’ 우중(愚中) 이상철(66)씨가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21년 만에 개최한 개인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시가 열린 경북 구미시예술회관에는 전시 기간인 4월 8~13일 6일 동안 관람객 1000여 명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삶이란 꽃 한 송이 그리고 새기고, 굽고’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는 이씨의 매화 그림, 도자기 그림 등 1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이씨는 1980년 경기도 광주의 한 절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서울미술제와 대한민국 서화대상전에서 잇따라 입상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미술 공모전에 기웃대지 않고 오로지 자기 그림 세계를 만드는 데 힘썼다. 개인 전시회도 1993년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왜 미술계를 등지고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만 작품 활동을 이어왔을까.
“세상에 온갖 미술제가 많습니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대부분 썩었다고 봐요. 돈이 제일인 세상입니다. 상을 타려면 돈을 들고 이 사람, 저 사람 쫓아다녀야 해요. 나로서는 타협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긴 시간 매화 하나만을 그려온 끝에 지금은 매화 그림에서 일가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매화 그림은 일반적인 사군자 그림과 차이가 있다. 테두리를 그리지 않고 붓끝으로 물감을 찍어 매화 잎을 표현한 것. 때문에 매화는 실제 꽃처럼 더욱 사실적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씨는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을 따르면서도 변형을 가해 자신만의 개성을 구축해왔다.
이제는 그에게 자신을 사사해 달라며 매화 그림을 배우러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20여년 만에 전시를 열게 된 건 지역 언론인 김형식씨 등 고향 친구들의 제안과 도움 덕이었다. 넉넉지 않게 살면서도 “전시회를 열지 않고 그림 그리기에만 열중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힘을 모은 것.
사군자 중 매화를 그리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사군자를 그리다보니 매화에 유독 관심이 생겼다”며 “그러다가 매화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그려서, 한 명의 예술가로서 아류가 아니라 최고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설명했다.
매화의 매력에 대해 묻자 “남들처럼 미사여구를 붙여 설명할 순 있겠지만, 그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990년대 그는 사업가인 한 지인의 제안으로 도자기 위에 매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는 붓부터 달랐고 도자기에 유약을 발라 구워내면 색도 변했다.
처음에는 도자기를 굽는 일까지 병행했지만 나중에는 ‘도자기를 만드는 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안 되겠다’ 싶어 구매한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만만치 않는 작업이었다.
앞으로 이 씨가 다시 전시를 열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제게 매화를 그리는 일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에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건 반드시 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매화를 그릴 겁니다. 이번 전시 제목이 ‘삶이란 꽃 한 송이 그리고 새기고, 굽고’인 것도 이 때문이죠.”
도자기 위에 그린 매화에서 그의 고집과 자부심만큼이나 짙은 향기가 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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