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도 기업… 경영능력 없으면 망해”
“협동조합도 기업… 경영능력 없으면 망해”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4.05.02 11:01
  • 호수 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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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전문가들이 말하는‘협동조합 실패 원인’
▲ 최근에 설립된 다문화 인형극단‘모두협동조합’의 조합원들. 결혼이주여성들이 결성한 이 협동조합은 인형극 공연을 통해 결혼이주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협동조합 3714곳 설립 신청… 수익 내는 곳 10%선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책임의식이 성패 좌우


지난해 10월 스페인의 대표적 협동조합 기업인 몬드라곤 그룹의 파고르가 파산했다. 몬드라곤은 ‘협동조합의 교과서’로 알려질 정도로 성공적인 사업을 펼쳐왔고, 파고르는 몬드라곤 내 전자·가전 부문 기업으로 몬드라곤의 모체라 할만하다. 파고르는 유럽의 5대 가전업체에 들 정도로 규모도 크다.
파고르의 파산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탓이기도 하지만 그 상징적 위치만큼 협동조합 진영에는 큰 충격이었다. 협동조합 종사자들의 로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진 이래 협동조합이 엄청나게 생겼다. 2014년 1월 현재 일반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합쳐 3714곳이 설립 신청을 해 그 가운데 3597곳의 설립이 수리됐다.
하지만 한국협동조합연구소에 따르면, 법인 등기까지 마친 곳은 설립된 협동조합의 87%에 이르고 실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망하는 협동조합도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기존의 주식회사 또는 자영업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찾아보려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조직인 만큼 그 원리를 정확히 알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 막연히 ‘협동조합을 하면 잘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쓴 맛을 보는 게 협동조합이다.
지난 4월 22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서울시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는 쿱비즈협동조합의 주최로 ‘아름다운 집 협동조합을 말한다’는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쿱비즈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이 한 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협동조합 경영자를 육성하고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 목적으로 2월말에 설립됐다.
강민수 쿱비즈협동조합 대표는 “협동조합은 자본이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으로 소유하고 책임도 분담하면서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하나의 기업형태”라면서 “참여자들 스스로 얼마나 절실하게 해당 협동조합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대답할 수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의 추정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설립된 협동조합 가운데 약 10%만이 수익을 내며 운영되고 있다.
강 대표는 협동조합이 망하는 이유로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 등 외부 환경적 요인 △경영능력 부족 △협동조합의 구조적 문제 등 세 가지를 들었다.
특히 협동조합이 상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시장에서 매출이 발생해야 하는데, 경영능력이 없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대표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완구·신발류 생산자 등 노동자협동조합이 100여개 생겼는데 그 중에 생존한 곳이 단 한 곳도 없다고 한다.
협동조합의 구조적 문제로는 △조합원 공동소유로 인해 내부의 의사갈등이 심한 점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직원을 쉽게 해고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강 대표는 “스페인 파고르의 파산도 협동조합의 구조적 문제와 관계가 깊다”면서 “다른 경쟁기업들은 구조조정으로 경제위기를 돌파하는데 비해 파고르는 끝까지 직원들을 지키려다 실패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송성호 한국협동조합연구소 부이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협동조합은 자본이 별로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도 사업체인 만큼 사람과 자본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
송 부이사장은 ‘협동조합원의 권리는 많은데 의무는 별도로 없다’는 것도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로 지적했다. 조합원은 출자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경영에도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적극적인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조합원들이 있어야만 협동조합은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토크 콘서트 참여자들의 질문에 대한 쿱비즈협동조합의 답변이다.

-조합원의 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이끌 방법은.
“1844년 세계 최초로 설립돼 성공한 영국 로치데일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이용액 배당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했다. 오늘날 포인트제도와 비슷한 것으로 이용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줌으로써 사업 참여를 유인하는 방법이다.”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구매행위를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지.
“지자체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출자가 제한되기 때문에 발기인 및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없다.”

-여러 법인이 모여 협동조합 운영이 가능한지.
“조합원은 개인, 법인 모두 가능하다. 슈퍼마켓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의 대표적 성공사례는.
“공정무역 커피와 초콜릿 등의 식품을 연구하는 이피쿱협동조합, 경력단절 여성들이 모여 육아·경제 활동을 하는 소셜메이트 솜 협동조합,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바꾼 외식프랜차이즈 해피브릿지협동조합 등을 들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생협은 현재 1조 정도 매출을 올리는 성공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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