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도 베풂도 배워야 잘해요”
“나눔도 베풂도 배워야 잘해요”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4.05.09 11:32
  • 호수 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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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 모토로… 매주 토요일 자체·외부 특강
▲ 5월 2일 경기 화성시지회 소속 동탄 다은마을 포스코아파트경로당 회원들이 경로당 회원인 나익주 강사(오른쪽 세번째)의 지도아래 한국무용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와우! 이 경로당<4> 경기 화성시 동탄 다은마을 포스코경로당


환경정화 봉사·불우이웃 후원… 초교생 교통안전 봉사도


대한노인회는 ‘존경받는 노인상’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존경받는 노인이란 학식과 더불어 맡은 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인을 뜻한다. 대한노인회는 이를 위해 ‘평생교육’이라는 대명제 아래 다양한 교육을 실시, 회원들에게 사회적 책임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평생교육’을 모토로 혁신하는 경로당이 있어 화제다. 경기 화성시지회 소속 동탄 다은마을 포스코아파트경로당(다은마을포스코경로당)이다.
다은마을포스코경로당은 ‘건강한 노인’ ‘봉사하는 노인’ ‘존경받는 노인’ 이라는 운영지침 아래 자체 강의는 물론 외부강사 초청 강의, 산업시찰 등을 실시, 회원들의 사회 공헌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이 경로당은 매주 토요일 오후 일과의 시작을 교육으로 연다. 강사로는 지동만 회장(75)과 2명의 회원이 나선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보유한 지 회장은 노인복지 관련 강의,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정의조(69) 강사는 식품과 건강에 관한 강의, 공군 대령 출신인 나익주(68) 강사는 안보 관련 강의를 펼친다. 이들은 매주 다른 주제의 강의를 준비하느라 상당량의 개인시간을 쏟아붓지만 보수는 일체 받지 않는다.
나 강사는 “강의료는 회원분들의 환한 미소로 충분하다”며 “경로당 막내인 내가 형님·누님들의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큰 선물이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또한 강사진은 회원들의 여흥을 담당하기도 한다. 수원시립합창단 소속인 정 강사는 이따금씩 회원들에게 노래 한 곡을 선물한다. 나 강사는 2년 전부터 배운 한국무용으로 회원들의 건강증진을 도모한다.
경로당 자체강의 외에도 매달 1회 외부강사를 초빙, 건강·일반상식 강의를 진행한다. 특히 회원들에게 인기 높은 강의는 건강관련 강의.
지 회장은 “한림대종합병원 등 인근 병·의원 관계자가 경로당에 방문해 강의와 함께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 강의는 건강에 관심 많은 회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다은마을포스코경로당 회원들은 강의의 일환으로 유적지와 산업체 등을 견학하며 견문을 넓히고 있다. 현재까지 실시된 견학은 총 38회. 이 견학들도 단순 관광이 아닌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최부돌(80·여) 회원은 “KBS방송국에서 TV방송 제작 과정을 확인했고, 기아자동차 공장에서는 자동차 제작 과정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면서 “특히 기아자동차 공장 견학은 당시 공장에서 우리 차량을 호위해 줘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소감을 밝힌다.
다양한 강의를 통해 사회를 보는 눈을 키운 회원들은 각종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주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로 시선이 옮겨졌다. 그래서 현재 30명의 회원들은 매해 12월마다 자체 조달한 성금으로 쌀을 구입, 동사무소 등에 기탁하고 있다. 또 2010년부터는 정기적으로 꽃동네에 후원금을 보내고 있으며, 초등학교 하계·동계 방학기간에는 충효예절교실을 열어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담당한다. 이에 더해 금곡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등굣길 교통안전 지킴이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엔 세월호 피해자 가족을 위해 성금을 모금해 전달하기도 했다.
김옥금(81·여) 회원은 “경로당 교육을 통해 늦게나마 베풂의 기쁨을 알게 돼 다행”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다은마을포스코경로당 회원들은 교육을 통해 사회를 책임지는 역군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기틀을 다진 주인공은 지동만 회장.
평소 나눔과 기부를 실천해 온 그는 봉사로 얻게 되는 보람을 다른 어르신들도 맛보길 원했다. 그래서 8년전 경로당을 개설하며 각종 교육을 통해 봉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 회장은 “현재와 같은 틀이 잡히기까지 4년이 걸렸다. 이 시간은 회원들을 ‘설득’하는 기간이었다”면서 “봉사활동과 같은 사회공헌 활동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당위성을 제시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우리 경로당 회원들은 봉사가 필요한 이유를 잘 알고 있다. 바로 끝임 없는 교육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5월 3일 토요일 오전 11시, 아파트 주위 도로변과 상가 앞의 환경정화를 실시한 회원들이 경로당으로 속속 들어선다. 꽤 긴 거리를 걷느라 지칠 만도 하지만, 이들은 물 한 컵을 급히 비운 뒤 최근 가꾸기 시작한 텃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자연체험 학습장으로 이용될 텃밭을 바라보는 회원들의 입가에 뿌듯한 미소가 번진다.
미국의 여류 의학물리학자 로잘린 얄로는 “배움에 대한 흥분이 젊음과 늙음을 구별한다. 배우고 있는 한 당신은 늙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배움에 대한 풍족함 속에 8년간을 보내서일까. 다은마을포스코경로당 회원들에게서 젊은 기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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