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서 실버 카운슬러로 변신한 고광애씨
가정주부서 실버 카운슬러로 변신한 고광애씨
  • 관리자
  • 승인 2007.03.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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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回心(회심)하면 즐거운 노년 맞을 수 있어요”

“나이 들어서 중요한 건 돈이 아니에요. 돈은 두 번째 문제고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지요. 마음먹기에 따라 돈이 많아도 못사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돈 없이도 즐겁게 잘 사는 노인들이 많거든요.”


현재 KBS 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에서 노년상담 코너에 출연하며 어르신들의 고민해결사로 활동하고 있는 고광애(71·사진)씨의 얘기다.


2남1녀의 자녀들을 키우며 가정주부로서의 생활에만 충실했던 고씨가 노년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5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대학 졸업 후 한국일보에서 1년간 기자로 생활한 것이 사회생활의 전부였던 그가 다 늦게(?)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


“젊었을 때는 자식 키우는 재미로 살았는데, 나이 오십이 되며 품안의 자식들이 하나 둘 유학이나 군 입대 등으로 제 갈 길을 찾아 나서자 갑자기 막막해 지더군요. ‘앞으로 어떻게 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식들만 바라보고 살아온 나 자신이 두려웠어요.”


이와 함께 결혼 직후부터 모시고 살았던 친정어머니(지난해 8월 93세를 일기로 작고)는 그에게 반면교사가 됐다. 고씨는 “어머니는 평생 저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저는 그게 정말 싫었어요. 그리고 나도 나이 들면 저럴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했다.


고씨는 그때부터 노년에 관한 책들과 원서까지 찾아 읽으며 공부하고 관련 세미나에도 찾아 다니며, 노인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노트에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손으로 써서 등사기로 밀어 친구들에게 줘야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어느 날 둘째 아들(영화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로 유명한 임상수 감독이 그의 둘째 아들이다)이 우연이 원고를 보게 됐고, 혼자만 보기 아깝다며 책을 내보내라고 적극 권유를 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책이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2000년)와 ‘실버들을 위한 유쾌한 수다’(2003년)다.


어르신들의 사정과 속내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이 책들이 호응을 받으면서 그의 ‘인생 2모작’이 시작됐다. 책 출판 이후 KBS와 SBS 라디오 방송 등에서 실버상담 코너에 출연하게 됐고, 현재는 KBS 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에서 노년상담 코너를 맡아 노인들의 갖가지 고민을 상담하고 있다.


고씨는 “어차피 늙는 거라면 노년을 즐겁게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회심’(回心, 마음을 돌려먹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고집을 버리고 자녀들에게 효도를 바라지 말며, 요즘 세대들은 우리와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노후가 편안해 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요즘 사람들은 노후준비를 하라고 하면 재테크만 생각하는데, 돈을 최우선 순위에 두면 안된다”며 “노후에 대한 마음준비 없이 돈만 많은 노인들은 불행한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요즘 그의 최대 화두는 ‘죽음’이다. 노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듯 ‘어떻게 잘 죽느냐’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는 것.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잖아요. 그렇다면 당연히 인생의 마무리를 잘 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것 아닐까요 ”라는 그의 반문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는 이유가 더욱 확실하게 느껴졌다.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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