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 결의안 유엔 채택… 중국 거부로 재판 회부 쉽지 않아
北인권 결의안 유엔 채택… 중국 거부로 재판 회부 쉽지 않아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11.21 11:27
  • 호수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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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결의안이 유엔총회에서 채택됨에 따라 북한이 향후 인권문제 개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어떻게 피해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11월 19일(현지시간) 유럽연합 등 60개국이 공동제안한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의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제3위원회를 통과한 것이다.
북한인권 결의안은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로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했다. 유엔은 12월 총회 본회의에서 이 결의안을 공식 채택하는 형식적 절차를 거친다.
북한인권 결의안은 매번 연례행사처럼 10년 연속 유엔에서 채택돼 왔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은 그간 단순 비난과 권고에 그치던 수준에서 처벌을 강조하는 강도 높은 내용을 담아 이례적이다.
결의안은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를 즉시 폐지하고 정치범들을 조건없이 석방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강제북송된 탈북민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인권상황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처음 포함됐다. 이밖에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강제납치와 고문, 공개처형, 강제구금, 강간 등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더 나아가 이런 북한의 인권침해를 조장한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 처벌하라고 사상 처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권고했다.
이같은 결의안의 내용은 북한의 최고존엄이라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겨냥한 것이어서 매우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결의안 공동제안국은 일본을 포함해 과거 최대인 62개국에 달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태를 주목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북한은 크게 반발했다. 과거 2년 동안 무투표로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이번 결의안이 투표를 거친 것은 북한이 결의안 내용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투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유엔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북한인권 결의안을 표결로 채택해 왔으며, 재작년부터는 표결 없이 합의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북한은 현존하는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제 재판소에 회부될 수 있다는 압박감에 ‘인권소동’을 방불케 하는 외교전을 펼쳤다. 예년과 달리 표결에 앞서 자체 인권보고서를 제작하고 유엔본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북한인권 설명회를 여는 한편 북한에 억류중이던 미국인 두 명을 전격 석방하는 등 인권 문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려 애썼다. 심지어 결의안에서 국제형사 재판소 회부 표현을 빼기 위해 로비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북한인권 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던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다루스만은 주유엔북한대표부와 면담에서 보고서 내용 중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부분을 삭제해 줄 것을 전제로 북한 방문을 허용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눈물겨운 외교전에도 불구하고 처벌 조항이 담긴 결의안은 다음달 열리는 유엔총회에 상정돼 공식 채택되는 형식적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이에 최명남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은 대화와 협조를 강조했는데도 유럽연합 등이 결의를 강행하고 대립의 길을 선택했다면서 핵실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북한이 핵실험 강행까지 시사하면서 반발 수위를 높이는 것은 이번 결의안이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어 통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한 찬성은 2005년 88개국에서 2007년 101개국으로 100표를 넘어섰고, 2012년과 2013년에는 의견일치로 무투표 채택되다가 이번 해 찬성 국가가 111개국이라는 압도적인 표를 얻었다.
결의안을 공동제안한 우리 정부는 결의안 채택에 대해 외교부 명의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남북의 경색국면이 상당기간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해에서 잦은 무력시위 도발도 예상된다.
결의안의 유엔총회 본회의 통과는 예정된 수순이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인권보고서가 넘어오더라도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반대로 재판소 회부를 결정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결의안 채택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재판소 회부의 실현과 상관없이 이번 결의안 채택은 유엔이 북한의 인권실태에 처벌이라는 강력한 압박수단을 가해 앞으로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에 대한 여지를 폭넓게 열어놨다는 점에서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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