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덥히는 다큐영화 3題
가슴을 덥히는 다큐영화 3題
  • 김지나 기자
  • 승인 2014.11.28 13:51
  • 호수 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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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뒹구는 가을도 아쉬워서 뭉그적거릴 뿐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날선 바람만큼이나 가슴도 시려오는 계절, 가슴을 데울 다큐멘터리 영화 세 편이 연이어 개봉해 눈길을 끈다.
지난 11월 20일 개봉한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감독 권혁만)은 손양원 목사(1902 ~1950)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속에는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아들로 삼고 나환자들을 자신의 몸처럼 돌보던 손 목사가 등장한다.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성직자로서의 믿음, 그만이 실천할 수 있었던 사랑이 흑백사진 속에서 오롯이 피어나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어서 11월 27일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76년을 서로만 바라보며 해로한 노부부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89세 ‘소녀 감성’ 강계열 어르신과 98세 로맨티스트 조병만 어르신의 러브 스토리로 늘 커플룩을 입고 손을 잡고 다니는 두 어르신의 모습을 만난다.
봄에는 꽃을 꺾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엔 물장구를, 겨울엔 눈싸움을 하며 매일매일 연애를 하는 노부부. 눈싸움을 하며 서로에게 눈을 뿌리다 “손이 시리다”는 아내의 두 손을 ‘호호’ 부는 조 어르신의 모습이, 잠들기 전 서로 마주보고 이마를 쓸어 넘겨주는 모습이 마치 동화책 속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부부에게도 이별의 시간은 오고 영화는 담담하게 그 시간을 담아낸다. 기침이 심해지는 남편에게 “석 달만 더 살라”는 아내의 목소리는 작고 연약하지만 그 작은 소리에 관객의 마음은 산산이 무너지고 만다.
세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는 12월 4일 개봉하는 ‘목숨’(감독 이창재)이다. 평균 21일의 삶을 남겨둔 사람들이 모인 호스피스 병동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사십대 가장 박수명, 두 아들의 엄마 김정자, 수학 선생님 박진우 어르신과 쪽방촌 외톨이 신창열 씨의 죽음을 1년 간의 기록으로 남겼다. 힘겨운 숨소리를 뒤로하고 떠날 그들과 남겨질 가족의 사랑이 따뜻하게 전해진다.
세 작품 모두 사각 필름에 담겼을 뿐 그 안의 내용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감동은 배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순간이 담겼지만 그 순간에도 변치 않는, 가장 소중한 가치가 담겼다. 올 겨울, 어떻게 살고 사랑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세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마음 따뜻하게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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