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九折)이냐
구절(九節)이냐
구구절절이냐
호적계 면서기의
펜 놀림과는
아랑곳없이
저 꽃은 단정하다
불어오는 바람도 저 앞에선
숨 고른다
시·김창진 전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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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라는 이름은 九折草 혹은 九節草라는 한명(漢名)에 암시되어 있다시피 음력 구월구일 중양절(重陽節)에 이 꽃을 꺾어 말려서 약재로 사용한 데서 유래했음이 분명하다.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으나 지대가 비교적 높은 곳에서 피는 꽃이 나에게는 늘 더 아담하고 품위 있어 보인다. 꽃은 대체로 하얗지만 더러는 연분홍색을 띠기도 한다.
‘구절’이라는 이름 속에 들어 있는 중양절 풍습을 함축하면서 시작된 이 시는 ‘구구절절’을 들먹이며 말장난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펜대를 쥔 면서기의 바쁜 손놀림까지 떠올린다. 이 모든 숨가쁜 나열도 결국은 구절초의 단정한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한 소도구였고 그 작은 안티클라이맥스에서 독자도 비로소 숨을 고르게 된다.
사진·글=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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