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대량해고 사태, 입주민에 달렸다
경비원 대량해고 사태, 입주민에 달렸다
  • 한성원 기자
  • 승인 2014.12.05 14:14
  • 호수 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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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100% 적용… 경비원 인력감축 움직임
▲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100% 적용되는 경비원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비인격적인 대우로 분신 자살한 경비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노인이 대부분인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예견된 사태에도 정부는 뒷짐 지다 대책 시늉만
일부 입주민, 다른 관리비 절감 통해 고용유지 노력도

최저임금 100% 적용으로 노인이 대부분인 아파트 경비원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예견됨에 따라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절약, 아파트 관리방법 전환 등 입주민들의 관리비 절감 노력을 통해 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함으로써 경비원들과의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난 12월 1일 아파트 등의 경비직에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월 6만원, 연간 72만원의 고용지원금을 지급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경비직 고령 근로자 맞춤형 고용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내년부터 아파트 등에서 일하는 경비원들에 대해 최저임금이 100% 적용되면서 경비원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최근 86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경비직 근로자의 고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경비직 근로자 8829명 중 약 4%에 해당하는 354명이 인원감축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원감축을 고려하고 있는 104개 사업장 중 92개 사업장(88.4%)은 인건비 부담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는 이번 지원방안을 통해 전체 25만명 규모의 경비직 근로자 중 약 1만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최저임금 100% 적용에 따른 경비원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이전부터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법 적용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에 와서 ‘생색내기’용 대책 마련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경비원 대량해고 왜 발생하나
경비원을 비롯한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최저임금법이 적용됐다. 정부는 다만 임금이 관리비에서 지급되는 아파트 등의 현실을 고려해 2007년 70%, 2008~2011년 80% 등 단계적 인상을 거쳐 2012년부터 최저임금을 100%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2011년 말 경비원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90%로 묶어둔 채 최저임금 100% 적용시기를 2015년으로 미뤘다.
최근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 성명에 따르면 2011년 말 최저임금 100% 적용을 앞두고 전체 아파트 경비원 중 최소 10% 이상의 경비원이 해고된 것으로 추산됐다. 2012년 당시 최저임금은 4580원이었고, 경비원들에게 실질적으로 지급되는 시급은 4122원(90%)이었다. 2015년 최저시급은 3년 전보다 1400원가량 늘어난 5580원. 올 연말 경비원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우려 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이 100% 적용될 경우 경비원들의 임금이 18~20% 정도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구당 관리비 인상분은 적게는 5000원에서 최대 2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정부 예상치보다 많은 약 5만명의 경비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인력감축만이 해결책인가
최근 서울시 중계동 소재 아파트 경비원 60여 명은 2014년 12월 31일자로 계약이 해지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경비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고자 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이 붙었다.
서울 지역 모 아파트관리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규모 인력감축 계획은 확인된 바 없지만 일부 아파트의 경우 경비원 수를 줄이기 위한 결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관리비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결국 경비원 수를 줄이려는 아파트가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비원 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자구책을 마련한 아파트가 오히려 눈길을 끈다.
서울 석관동 A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과 가로등 전구를 모두 LED로 바꾸고, 겨울철 냉장고 온도 2℃ 올리기, 텔레비전 밝기 낮추기 등을 통해 4년간 공용 전기요금을 4억 이상 줄였다. 큰 폭으로 줄어든 전기요금은 최저임금 100% 적용으로 늘어난 경비원 인건비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설명이다. A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달 회의에서 경비원들의 내년도 월 급여를 19%까지 올리기로 결정했다.
서울 하월곡동 B아파트 역시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경비원들의 내년도 임금을 올리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경비뿐만 아니라 청소, 시설관리 등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직접고용 시 부가가치세 부담이 없어져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대비 매월 500만원씩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 주안동 C아파트는 최근 열린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해 내년에도 경비원 감원 없이 무급 휴게시간만 6시간에서 7시간으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무급 휴게시간이 늘어난 만큼 임금이 지급되는 근무시간이 줄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관리비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은 최저기준만 정하고 있을 뿐 휴게시간의 부여 여부와 간격, 길이 등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계약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주민의 배려가 상생의 ‘초석’
아파트 등의 경비직은 노인 남성들에게는 정년퇴직 후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직장’으로 의미가 크다. 과거에는 명절이면 입주민들이 경비원들에게 선물을 챙겨주는 훈훈한 풍경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경비원들은 각박해진 인심 속에 폭언, 폭행 등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비인격적인 대우로 경비원이 분신해 숨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전원에게 해고예고통보서를 보내고, 이에 반발해 경비원들이 파업을 결의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구당 부담이 일부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가 급속하게 고령화됨에 따라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노인 일자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경비직 일자리는 주민과 지역사회가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역 공동체 일자리이므로 서로 지켜주고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어가기 위한 주민들의 배려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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