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여자전
[화제의 책]여자전
  • 이미정
  • 승인 2007.04.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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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금강산에서 경북 안동 유일재(惟一齋) 종부 김후웅(1925년생)은 54년 만에 남편을 재회했다. 해방공간인 1949년 좌익활동 혐의로 구속된 남편은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월북했다. 김후웅은 남편을 재회하고도 울지 않았다 한다.


하나밖에 없던 아이도 홍역으로 잃은 그는 시동생들과 친정 조카를 뒷바라지 했다. 그 조카 김서령이 김후웅을 역사의 전면에 불러냈다.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 온 여덟 인생’이란 부제 아래 꾸민 ‘여자전’(女子傳)에서 말이다.


칼럼니스트이자 인물 인터뷰 전문작가인 김서령은 고모 말고도 “책 열권으로 모자란다”는 사연 많은 이 땅의 어머니 할머니들을 가려 뽑아 한국현대사 여인열전으로 꾸몄다. 그가 호명한 사람들은 한마디로 ‘기구한 인생’을 산 이들이다.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아버지와 오빠를 찾아 산에 올랐다가 지리산 빨치산이 되었으나 사상이나 인민해방을 애시당초 알고 싶지도 않았던 고계연, 돈을 벌 수 있다는 꾐에 빠져 17살에 기차에 올랐다가 ‘일본군에게 자궁을 빼앗긴’ 위안부 출신 김수해.


배고픔을 해결하러 만주로 갔다가 중국 팔로군이 되어 7년간이나 활동한 기공 연구가 윤금선, 한국전쟁의 와중에 승려가 되어 낙산사로 흘러든 당대 문단의 기린아 김종후와 단 한 달간 사랑을 나누고는 미혼모가 된 최옥분.


한결같이 기구한 듯하지만, 어쩌면 너무나 익숙한 우리 어머니, 할머니일 수 있다.


김서령 지음/푸른역사/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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