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디자인의 뿌리’ 바우하우스 예술실험 재조명
‘산업디자인의 뿌리’ 바우하우스 예술실험 재조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1.05 10:14
  • 호수 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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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인간,공간,기계’ 展
▲ ‘3인조 발레’ 오스카 슐레머.

게임·스포츠 통한 상상력 훈련 방법 등 보여줘
백남준·안상수 등의 작품에 미친 영향도 확인

대한민국이 태풍 ‘곤파스’로 들썩였던 지난 2010년, 미국의 우산제조회사인 T사에서는 독특한 디자인의 우산을 내놓는다. 기존 우산이 좌우길이가 균등한 돔(dome) 형태라면 이 우산은 한쪽이 반대쪽보다 두 배가량 긴 형태였다. 폭풍을 견딜 수 있는 실용성과 기존 우산과는 다른 디자인을 채택해 1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요새는 생활용품에 실용성과 예술성을 가미한 ‘산업디자인’ 제품을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산업디자인은 다른 예술과는 달리 19세기에서부터 20세기 초반에 형성됐고 그 뿌리가 분명하게 남아 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이 뿌리를 조명하는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인간, 공간, 기계’ 전을 2월 22일까지 연다.
바우하우스(Bauhaus)는 독일어로 짓다는 의미의 바우(bau)와 집이라는 의미의 하우스(haus)가 결합된 단어로 1919년 독일의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에 의해 설립된 예술·디자인 학교다. 1933년 나치에 의해 강제적으로 문을 닫기 전까지 바우하우스는 20세기 예술, 건축, 염직, 그래픽, 산업디자인, 타이포 그라피(활자 디자인) 등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바우하우스는 단순히 개인의 창의성과 능력 함양에만 국한하지 않고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을 통한 종합예술을 추구했다. 화가이자 이 학교 교수 중의 한 명이었던 요하네스 이텐은 말했다.

▲ 안상수+PaTI의 ‘바우야! 놀자 집놀이 한글 활자춤’.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놀이가 일이 되고, 일이 파티가 되고, 파티가 놀이가 된다.”
바우하우스 교육의 특성은 이텐의 이 한 마디로 설명되기도 한다.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인간, 공간, 기계’ 전은 총 7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 신체 조화’에서는 수업 중 촬영된 움직임과 체력 훈련에 관한 사진들, 수업만큼이나 많이 개최됐던 스포츠 게임, 회화 등을 통해 바우하우스의 폭넓은 접근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제2부 분위기 장치’와 ‘제3부 구성주의적 형상’에서는 기존의 개념을 탈피하기 위한 바우하우스의 다양한 실험을 엿볼 수 있다. 조명을 일종의 ‘배우’로 여겼던 바우하우스의 교수와 학생들은 다양한 실험을 전개했다. 또 인간 신체를 선과 색을 활용해 정밀하고 단순한 형태로 묘사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했다. 이러한 실험은 로타르 슈라이어와 오스카 슐레머의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사람의 옆모습을 삼각형, 사각형, 원 등으로 단순화한 오스카의 작품은 눈여겨 볼만하다.
바우하우스는 ‘기계’의 활용에도 관심을 가졌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당시 기계를 예술에 응용하는 것은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는 ‘제4부 신기한 무대기술’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제5부 조각적인 안무’에서는 안무, 마스크 제조 및 의상 디자인에서의 실험 정신을, ‘제6부 총체극장’에서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가 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극장을, ‘제7부 집단 프로그램’에서는 교수와 학생들의 공동작업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바우하우스가 일정한 시기에 발생했던 특정 흐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 본연의 창작태도임을 보여주기 위해 국내 작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김영나, 백남준, ‘안상수+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PaTI)’, 오재우, 조소희, 한경우 등 6명의 한국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최대한 발현하고자 했던 바우하우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바우하우스의 창의적인 교육방식은 상품개발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미술대학 교육과정에 응용되고 있다. 관람료는 4000원이며 65세 이상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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