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의지할 친구 생겨 기뻐요”
“믿고 의지할 친구 생겨 기뻐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1.16 10:45
  • 호수 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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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담을 쌓고 살던 운둔형 독거노인들
▲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이 고독사·노인자살방지, 우울증 감소에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복지부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2차사업 시작

자살위험 높은 어르신들은 우울증 치료‧친구만들기 병행
참여 주저했던 독거노인들 서로 안부 문자 보내는 등 효과

남편의 가정 폭력으로 모진 수모를 겪은 김 모(여‧71)어르신. 세상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혼자 지낸지 30년이 넘은 그는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그런 김 어르신이 달라졌다. 부산 동래구노인복지관이 실시한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친구를 사귀었고 자연스럽게 수시로 안부를 주고받을 정도가 됐다.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겨서 기쁘다”고 밝힌 김 어르신은 세상 밖으로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이 효과를 나타내며 독거노인 130만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거노인 친구만들기’란 독거노인과 독거노인을 친구로 연결시켜 상호돌봄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보건지부는 1차 사업을 마무리하고 올해 2차 사업에 돌입한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은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는 대한노인회가 운영하는 복지관 등을 대상으로 수행기관 61개소를 선정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1차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고독사 위험이 높은 은둔형 독거노인 239명이 발굴됐다. 또 우울증 자살고위험군 1200여명, 관계위축집단 2100여명을 대상으로는 우울증 치료, 상담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61개 수행기관은 은둔형 고독사위험군, 우울증 자살 고위험군, 관계위축집단으로 독거노인을 분류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고독사위험군에 해당하는 노인은 찾는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주변과 거의 관계를 맺지 않고 있기에 수행기관인 복지관에서는 발품을 팔아 관계기관과 약국‧부동산 중개업소‧고시원 ‧여관 등을 방문해 대상을 의뢰하는 한편 시장, 터미널 주변여관 등 취약지역 도로변에 혼자 앉아 있는 노인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 대상자가 프로그램 참여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여 복지관은 수차례 방문을 통한 설득 과정을 거쳐야 했다.
서울 도봉노인종합복지관의 경우 대상자인 박(80) 모 어르신을 4개월이나 설득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어렵게 독거노인을 사업에 참여시켜도 기관별로 20~40%의 노인이 중도 탈락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하지만 끝까지 프로그램을 이수한 독거노인은 스스로 복지관을 방문해 다른 노인들과 교류를 하는 등의 큰 성과를 보였다. 경기 일산노인종합복지관이 발굴한 김(82) 모 어르신의 경우 아내의 사망으로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하며 칩거했지만 프로그램 참여 후 이웃주민과 교류를 시작하는 등 밝아진 모습을 보였다.
자살고위험군과 관계위축집단의 경우도 역시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독거노인을 지원하는 관계기관 등을 통해 선정된 대상자는 사전검사를 통해 점수별로 자살고위험군과 관계위축집단으로 나뉘었다.
자살고위험군은 우울증 진단을 받거나 자살을 시도했던 독거노인이 많았는데 먼저 개별적으로 전문의에게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이후 자살고위험군 독거노인들은 전문의를 통한 집단치료를 받고 더불어 천연염색, 허브테라피, 원예활동 등을 함께 하며 친분을 쌓아갔다. 중도에 탈락하는 독거노인도 있었지만 60~70% 이상은 끝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해 1차 사업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도봉노인종합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장(75) 모 어르신은 “전에는 만사가 귀찮아 밖에 나가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었지만 이제는 새로 사귄 친구들과 노래방에도 가고 가까운 산에 나들이도 가면서 삶을 즐긴다”고 했다.
관계위축집단의 경우도 집단심리치료와 친목활동을 병행했고 프로그램 시작 전보다 고독감‧자살생각‧우울감 지수가 50% 이상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도봉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가장 큰 어려움은 독거노인들이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 그 문을 여는데 수 개월씩 걸린다는 점”이라며 “2차 사업 대상자인 독거노인들은 주저하거나 고민하지 말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2차 사업에서는 앞선 사업의 개선점과 의견을 반영해 수행기관을 종전 61개에서 80개로 확대한다. 우울증 자살고위험군은 그대로 뒀으나 1차 사업과 달리 은둔형 고독사위험군을 ‘은둔형 독거노인집단’과 ‘활동제한으로 인한 고독사위험군’으로 세분화했고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돌볼 수 있는 관계위축집단은 제외했다.
사업을 주관하는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수행기관이 확대된 만큼 많은 독거노인들이 참여해 우울증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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