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증세 전면 재검토… 한국형 복지수준부터 찾아야
복지·증세 전면 재검토… 한국형 복지수준부터 찾아야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5.02.06 11:26
  • 호수 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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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의 전면 수정에 나섰다. 연말정산 파동 이후 무리한 복지 공약이 ‘변칙 증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여론이 격화되자 더 이상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지킬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해 복지 문제에 대해 합의해 달라고 여야에 주문했다. 이에 따라 복지 조정과 함께 세금을 어디에서 얼마나 더 걷을 수 있는지, 또 어떤 세금을 먼저 걷을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여야는 복지수준에서부터 평행선을 달렸다. 새누리당은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전환한 뒤 증세 여부를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의 보편적 복지를 유지해야할 뿐 아니라 복지수준을 계속 높여가야 한다고 맞섰다.
지속적인 복지확대를 주장하는 야당의 요구는 변함이 없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유도, 계층간 교육격차 완화를 위한 교육복지법 제정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시켰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은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구간 세율을 각각 복원 및 인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면서 여·야·정 및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범국민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세금개혁을 논의자하자고 제안했다.
여당은 당장 무상보육·무상급식부터 개편할 것을 주장했다. 과도한 보편적 복지를 줄이고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로 돌려 복지지출 구조를 조정해 예산을 감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세금·노동·복지 등 주요 민생현안을 다루는 당내 민생전담기구를 설치키로 했다.
여야간 복지논쟁이 팽팽한 가운데 증세가 엄연한 사실로 떠올랐다. 최 부총리는 세출 구조조정으로 복지재원을 확충한 뒤 그래도 안 되면 국민의 동의를 얻어 증세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인세율 인상불가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논쟁이 야당의 부자 증세론과 얽히면서 사회 양극화 논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세금 지출구조 조정은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축소와 함께 현 정부의 3대 재정 확충방안이다. 새 정부 집권 3년차에 국가 재정의 한계가 드러난 것은 정부가 추진한 세출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동아일보 보도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말로만 구조조정을 외쳐온 측면이 있다”며 “많은 조세 전문가들이 정부 지출 가운데 낭비되는 부분과 비과세·감면만 줄여도 적지 않은 복지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간 타협의 빌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일보가 10인의 재정 전문가에게 물은 증세 우선순위 설문 결과가 눈에 띈다. 전문가 10명이 제시한 증세 우선순위는 크게 △감면 축소 △비과세 폐지 △세율 인상 △세목 신설 등 4단계다. 우선 여기저기 난립해 있는 각종 감면제도와 비과세를 차례로 폐지한 뒤 기존 법인세와 소득세 등의 세율 인상에 나서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 상당수는 감면·비과세 혜택이 사실상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몰려 있고 경제 활성화 효과도 없는 만큼 종교인 소득, 미술품 양도 차익 등의 과세대상 포함과 함께 이번 기회에 각종 세제 혜택을 정비해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전문가 10명 중 5명은 법인세를 이명박 정부 이전의 세율로 원상복귀만 해도 몇십조원의 세수가 걷힌다고 주장해 법인세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야가 복지수준과 재원조달 방법 구상에 골몰하지만 어떤 형태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지 미지수다. 야당은 무분별한 보편적 복지를 버리고 한국형 복지체계를 찾아야 한다. 여당은 진짜 낭비가 무엇인지 찾아내 세출 구조조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국민은 누가 표심을 의식하지 않고 민생현안에 집중하는지 지켜보고 선거에서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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