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르스 감염자 7명으로 늘어 ‘공포’ 확산… 보건당국 뒤늦게 초비상
국내 메르스 감염자 7명으로 늘어 ‘공포’ 확산… 보건당국 뒤늦게 초비상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5.29 13:32
  • 호수 4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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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최근 8일 새 7명이나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초 메르스는 중동 지역에 국한돼 발생하고 전파력이 높지 않아 국내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보건당국의 전망이었다. 하지만 중동 지역에 다녀온 첫 환자에 이어 그의 부인, 첫 환자와 같은 병실을 썼던 60대 남성, 의사 등 감염자수가 점점 증가되자 ‘메르스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메르스는 중동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바이러스로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 심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며 약 2일~14일 간의 잠복기 후에 발병한다. 명확한 감염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모든 환자가 중동지역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연관이 있었으며, 감염자 중에는 낙타시장, 낙타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낙타와 접촉한 경우가 다수였다.
현재까지 치료제와 백신은 없는 상태이며, 2012년부터 현재까지 감염 환자 1142명 중 465명이 사망해 치사율은 40.7%에 달한다.
최초 감염자는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3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UAE(아랍에미리트연합) 여행 중 감염된 68세의 남성으로, 5월 4일 입국 후 11일 발열 증상이 생겨 4곳의 병원을 전전하다 19일 의료기관 신고에 따라 진단검사를 거쳐 20일 메르스로 확진된 후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서 인공호흡기 등의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환자는 처음 의료기관 세 곳에서 진료를 받을 때는 중동지역 여행력을 밝히지 않았다가 네 번째 병원 진료 시 바레인 여행력만을 알렸으며, 확진 후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입원 시 역학조사를 통해서야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여행한 사실을 밝혔다.
이후 같은 병실을 쓰던 부인 B씨(63)도 38도 이상의 고열 증세를 보여 같은 날 메르스 환자로 확진 받았으며, 최초 환자와 같은 병실 환자였던 C씨(78)와 D씨(71), C씨를 간병하던 40대 딸, 남성 의료진(50)과 여성 의료진(28)이 추가로 감염됐다. 이로써 5월 28일 현재까지 총 7명이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외 국가 중 메르스 환자가 7명 이상 나온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보다 메르스 감염자가 많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1002명), UAE(76명), 요르단(19명), 카타르(12명)등 4개국에 불과하다.
국내 환자 7명 중 6명은 모두 중동을 다녀온 첫 환자로부터 전염됐다. 한 명이 여섯 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셈이다. 이는 메르스의 전염성이 약하다고 강조한 보건당국의 설명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지금까지 보건당국은 메르스의 감염병 재생산지수가 0.6 수준으로 낮아 일반인은 걱정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생산지수가 0.6이라는 것은 환자 한 명당 보통 주변 사람 0.6명을 전염시킨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유행한 사스(SARS)의 재생산지수는 5, 에볼라는 2 정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환자 한 명이 이미 여섯 명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면서 국내 메르스 재생산지수는 4까지 치솟았다. 보건당국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고 지적받는 부분이다.
이 같은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에 국민들의 비난도 커지고 있다. 첫 환자와 같은 병실을 썼던 60대 남성을 간호했던 40대 딸은 자신도 메르스 발병이 우려된다며 지정격리시설로 보내 달라고 보건당국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 여성은 나중에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질병관리본부가 38도 이상의 고열 또는 급성호흡기 증세가 없어 격리 대상이 아니라고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매뉴얼에만 집착한 대응으로 메르스의 조기 차단 기회를 놓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보건당국은 최초 환자가 노출된 지역을 대상으로 밀접 접촉자뿐만 아니라 일반인 중 호흡기 증상 의심자를 발견한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관련 내용을 질병관리본부나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조치했다. 신고된 일반인에 대해서는 유전자 검사와 격리 등 적극적으로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보건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까지 3차 감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공언한 내용과 다소 배치된다. 3차 감염은 최초 확진 환자를 통해 감염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직접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확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3차 감염까지 일어난다면 검역 체계를 기존 ‘주의’ 단계에서 ‘경계’로 한 단계 격상하고 전방위적인 검역 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보건당국은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전수조사하고 전염 경로를 철저히 조사해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등 방역대책에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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