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의 시대, 벌써 질리고 있다
‘쿡방’의 시대, 벌써 질리고 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6.12 13:28
  • 호수 4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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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주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인물이 있다. 바로 요리연구가 맹기용이다.
지난 5월 25일 방영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맹모닝’이라는 꽁치통조림을 이용한 샌드위치를 선보였는데 이게 화근이 됐다. 꽁치 비린내를 잡지 못한 음식은 혹평을 받았고 방송이 끝난 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것이다. 기라성 같은 요리사(셰프) 틈에서 요리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신참 요리사가 선보인 수준미달의 음식이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 특히 맹기용은 잘 생긴 외모 때문에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터라 타격은 더 컸다.
맹기용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그만큼 ‘쿡방’(영어로 요리를 뜻하는 ‘쿡’과 ‘방송’을 합친 신조어)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쿡방과 셰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KBS ‘대단한 레시피’, MBC ‘찾아라! 맛있는 TV’,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 tvn ‘집밥 백선생’ 등이 요리를 전면에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또 KBS ‘인간의 조건3’,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SBS ‘스타킹’ 등은 요리프로그램이 아님에도 백종원, 최현석 등의 유명 셰프를 기용해 쿡방 인기에 편승하고 있다.
하지만 쿡방과 셰프들의 인기가 늘면서 부작용도 늘고 있다. 첫 번째는 잦은 노출로 대중들이 점차 방송에 대한 염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현석, 백종원 등은 5~6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해 요리와 함께 입담을 뽐내고 있다. 웬만한 방송인 보다 많은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붕어빵을 찍어내듯 똑같은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방송별로 차별화에 실패해 다작을 하는 셰프들에게는 ‘본업에 충실하라’는 비아냥이 꼬리표처럼 붙고 있다.
또한 요리 실력이 부족한데도 외모가 출중하거나 언변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셰프 연예인’들을 방송사들이 경쟁하듯 출연시키며 스스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셰프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영업점을 홍보하기 위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 방송에서 대중의 눈높이에 한참 모자란 음식을 선보이기도 해 프로그램 스스로 신뢰도를 잃고 있다.
셰프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끌 만큼 얼마간 쿡방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때 ‘이경규가 간다-양심냉장고’가 히트하면서 ‘공익 예능’이 득세를 한 적이 있지만 사람들이 질리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멸종된 상태. 쿡방이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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