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써야 인정받는 가수들
가면을 써야 인정받는 가수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6.19 13:37
  • 호수 4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MBC에서 방영중인 ‘일밤-복면가왕’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방송은 노래 실력은 출중하지만 인기를 끌지 못했던 가수 혹은 배우들이 가면을 쓰고 나와 순수하게 목소리로만 승부를 내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가면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를 맞히는 게 이 방송의 묘미. 8명이 참가해 2주간에 걸친 토너먼트를 통해 가왕(歌王)을 가리는데 지는 사람은 바로 그 자리에서 가면을 벗고 얼굴을 공개한다. 대중들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다 아깝게 패한 연예인들이 얼굴을 공개할 때마다 많은 관심과 함께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요즘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한동안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K팝스타’ 등을 통해 무수히 많은 가수들이 배출됐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 또한 저평가 받다가 공개 무대를 통해서 실력을 인정받은 경우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립하고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남녀로 구성된 ‘아이돌’이 한류열풍을 타고 팽창하면서 국내 가수의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경쟁자는 많아졌지만 가수들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한정 돼 있어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사라지는 가수들도 많아졌다.
현 가요계의 고질적 문제는 가수의 인기 요인이 실력이 아닌 외모에 있다는 것이다. 가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노래를 못하면서도 예쁘고 잘생긴 외모를 앞세워 인기를 끄는 ‘연예인’이 많다. 반면 노래 실력은 뛰어나도 외모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중에게 외면 받는 가수도 부지기수다.
안타까운 현실은 이들이 가면을 쓰고서야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군대식으로 표현하자면 계급장을 떼고 순수하게 노래실력으로만 ‘맞짱’을 떠야 인정을 받는다.
복면가왕에 출연해서 가왕이 되지 못하고 가면을 벗은 가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대 위에 설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면을 쓰고 자신의 실력을 맘껏 뽐내 잠시 동안 큰 주목을 받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잊혀질 확률이 높다. 그만큼 현재 우리의 문화에는 외모지상주의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70~8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가왕 조용필과 트로트의 제왕 나훈아 등은 순수하게 노래 실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지금도 사랑 받는다. 외모지상주의 속에서 오늘도 외롭게 마이크를 쥔 가수들에게 격려가 필요한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