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프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코미디 프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7.31 13:11
  • 호수 4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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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노잼’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핵폭탄을 의미하는 ‘핵’과 노(No), 그리고 재미를 축약한 ‘잼’이 합해진 말로 ‘정말 재미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기사 댓글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요새 이 단어가 가장 많이 달리는 건 코미디 프로그램 관련 기사다.
KBS의 ‘개그콘서트’, SBS의 ‘웃찾사’, tvN의 ‘코미디 빅리그’ 등의 관련 기사가 인터넷에 뜨면 어김없이 ‘핵노잼’이라는 댓글이 따라붙는다. 맏형격인 개그콘서트의 경우 연관검색어가 ‘핵노잼’일 정도이다. 한때 시청률 30%를 넘겼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20%를 유지했던 개그콘서트는 현재 10%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반등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지속적인 하락세라는 것이다.
MBC는 ‘개그야’ ‘코미디에 빠지다’ 등을 방영하다 시청률 부진으로 폐지했고 지난해 5월 90년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이홍렬을 섭외해 ‘코미디의 길’을 새롭게 선보였지만 이 역시 4개월 만에 사라졌다. 이후 MBC는 지상파 방송국 중 유일하게 코미디 방송을 방영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개그맨들 중 일부는 생활고를 토로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코미디 방송의 공통적인 문제는 ‘인기 코너’와 ‘스타 개그맨’이 없다는 것이다. 1999년 처음 방영돼 16년간 명맥을 유지한 개그콘서트는 그동안 ‘달인’ ‘봉숭아학당’ ‘집으로’ 등이 장기 방송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웃찾사’ 역시 500회 넘게 방송되며 ‘나몰라 패밀리’, ‘웅이 아버지’ 등이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또 ‘갈갈이’ 박준형, ‘옥동자’ 정종철, ‘달인’ 김병만을 비롯 무수히 많은 스타 개그맨들을 탄생시켰다. 이들이 만들어 낸 수많은 유행어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개그콘서트와 웃찾사는 예전에도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웃찾사는 폐지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전에는 한 방송이 위기를 겪으면 다른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코미디의 입지가 심각하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동반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은 인터뷰에서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는 건 좋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요리사’보다 ‘핵노잼’인 개그맨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대중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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