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형제간 경영권 다툼 격화…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 ‘강제 퇴진’
롯데家 형제간 경영권 다툼 격화…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 ‘강제 퇴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7.31 13:17
  • 호수 4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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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2세 경영권 승계를 두고 돌연 ‘형제의 난’에 휘말렸다. 장남이지만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신동주 일본 롯데 전 부회장이 지난 7월 27일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생인 신동빈 롯데 현 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축출하려 한 게 발단이 됐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주요 직책에서 해임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이 2013년부터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이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눈 밖에 난 것이란 게 정설이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1년 2월 한국 롯데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신 전 부회장의 해임으로 인해 공석이었던 롯데홀딩스 대표 자리까지 꿰차면서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를 동시에 경영하게 됐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 롯데 모두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던 사람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유일했다.
재기를 노렸던 신 전 부회장은 계속되는 해임 절차에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수차례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복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까지 이를 거들었다.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이사장 등은 지난 7월 27일 오전 전세기편으로 일본 도쿄에 건너가 긴급 이사회를 소집, 롯데홀딩스 이사회 7명 중 자신을 제외한 이사 6명의 해임을 발표했다.
신격호 회장이 해임한 이사에는 신동빈 회장은 물론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도 포함됐다. 쓰쿠다 부회장은 ‘하나의 롯데 하나의 리더’(One Lotte, One Leader)를 공공연히 말하며 신동빈 회장의 한일 롯데 경영 통합의 전도사를 자처하던 인물이다.
신격호 총괄회장 본인 판단에 의한 것이든 신동주 전 부회장의 설득에 따른 것이든 이번 이사 해임 발표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신동빈 회장과 그 측근을 배제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했다.
이에 신동빈 회장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8일 다시 이사회를 소집해 신격호 총괄회장 등의 이사 해임 발표가 이사회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닌 불법적인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쓰쿠다 부회장 등의 이사 해임을 무위로 돌리고 대신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박탈, 명예회장으로 아버지를 퇴진시켰다. 사실상 신격호 총괄회장에게서 경영실권을 박탈하고 명예직으로 강등시킨 것이다.
이렇게 아버지를 앞세운 신 전 부회장의 ‘1차 거사’는 하루 만에 진압됐다. 그러나 롯데그룹 ‘형제의 난’은 이제 시작됐다는 관측도 많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신동빈 회장과 나머지 형제들 간의 대립전선이 그어졌기 때문. 우선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이 신 전 부회장과 같은 편에 섰다. 이는 후계구도 다툼에서 신동빈 회장이 주도권을 쥐며 앞서 나가자 소외된 다른 형제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그림이다.
이번 사태는 재벌기업의 불투명하고 취약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파란이라고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한국‧일본 롯데그룹 계열사’로 요약된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계열사는 물론, 지분 19.07%를 보유한 호텔롯데를 고리로 한국 계열사도 거느리는 사실상 지주회사이다. 그리고 그 위에서 신 총괄회장의 개인회사로 알려진 광윤사가 롯데홀딩스를 지배하는 구조로 이뤄져있다. 그런데 광윤사와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신 총괄회장이 후계구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자, 그룹 지분비율이 거의 비슷한 형제간에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경쟁이 잠복돼 왔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는 일단 신동빈 회장이 승리했다고 해도, 향후 신격호 총괄회장의 입장에 따라 그룹 경영권 승계구도는 단숨에 뒤바뀔 수도 있다. 사태 이후 롯데 주요 계열사 주가가 급등한 것도 승계구도의 불확실성과 향후 형제 간 지분 매집 등 경영권 다툼 격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의 과제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그룹 전체의 경영이 오로지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맞춰질 수 있도록 안정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할 상황은 아닌 만큼, 신격호 총괄회장은 ‘형제의 난’으로 더 이상 그룹 경영이 요동치지 않도록 후계구도에 관해 결단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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