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변 개활지에 살면
조금은
고독해져 보아야
입술에 묻은 깨알
너 더듬이는
아래로
아래로
길게 빠지고
조금은 고독해 보아야지
아 꽃잎들의
저 올백
내 낭만시대의
- 그는 어느새
고독해져 있다
시·김창진 전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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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산야에서 볼 수 있는 여남은 가지의 백합속(屬) 식물 중에서 참나리는 널리 재식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야생상태로도 쉽게 눈에 띄는 편이다. 하지만 이 흔한 꽃도 서해의 도서지방에서는 유달리 곱게 피는 듯하다. 올여름에는 시화호수 조성 때 생긴 넓은 벌판에서 이 꽃과 처음으로 상면했는데 그 미모에 혹했던 일이 쉽게 잊힐 것 같지 않다.
시인은 드넓은 개활지에서 꽃을 피운 참나리 꽃에서 젊은 날 올백 헤어스타일의 자아상을 보고 있는 듯하다. 물질적으로 궁핍하던 그 시절, 정신적으로만은 기죽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 다투듯 낭만을 구가하는 가운데 혼자 남몰래 고독을 절감하던 일을 되돌아보며 회포에 잠기지 않았나 싶다.
사진·글=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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