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김 형사’
잘가요 ‘김 형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8.28 14:05
  • 호수 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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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은 흥행과 함께 평단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미제로 남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숱한 명장면과 명대사를 남겼고 지금까지도 많이 인용되고 있다.
영화 속에서 형사가 범인을 취조하며 고문을 가하다 드라마 ‘수사반장’이 시작하자 이를 멈추고 함께 자장면을 먹으며 TV를 시청한 장면은 특히 많은 웃음을 줬던 부분이다.
‘빠바바밤 빠바바밤’이란 긴장감을 유발하는 음악과 시작하는 ‘수사반장’은 1971년 방영을 시작해 1989년 종영할 때까지 880회가 방영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박 반장’ 역을 맡았던 최불암(75)을 비롯해 남성훈(1945~2002), 조경환(1945~2012) 등이 형사로 출연하며 매주 시청자들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됐고 현직 수사관이 자문을 맡아 현실감을 더했다. 드라마 촬영 도중 최불암을 진짜 경찰로 오인한 범죄자가 도망치다 붙잡히는 해프닝이 생길 정도였다. 10년이 넘게 시리즈에서 활약한 이들은 장기간 경찰의 인간적 모습을 담아온 공로를 인정받아 전원 명예 경찰관이 되기도 했다.
기자도 가족들과 둘러앉아 드라마 속 흉악범들을 보면서 긴장하다가 박 반장을 비롯한 형사들이 이를 해결할 때 짜릿한 감정을 느꼈다. 또 안타깝게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형사들이 따뜻한 감정으로 대할 때는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죄에 대해선 엄격히 대응하면서도 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선 연민의 감정을 보여준 형사들의 인간미는 드라마가 끝나고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지난 8월 25일 ‘김 형사’마저도 세상을 떠났다. 배우 김상순이 폐암을 극복하지 못하고 향년 78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수사반장’ 종영 후에도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1990 ~1998)에 출연해 “이런 얼어 죽을”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는 등 엄한 아버지 역할로 큰 인기를 얻었고 ‘영웅시대’(2004), ‘신돈’(2005) 등 인기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면서 존재감을 발휘했던 그가 안타깝게 영면에 들어간 것이다.
“동지들을 다 보냈습니다. 제가 맡은 역이 반장이었는데, 형사들이 모두 떠난 셈이 됐군요. 홀로 살아있으니 마음이 더 아픕니다. 앞서 간 배우들이 대개 나의 후배들이라서 가슴이 더 저려요.”
온 국민을 웃기고 울렸던 수사반장 팀에선 이제 수사반장만 남았다. ‘김 형사’를 잃은 슬픔을 표현한 최불암의 말이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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