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식방지법’이 무용지물 되기를…
‘불효자식방지법’이 무용지물 되기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9.04 13:28
  • 호수 4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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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 부모공양 소홀 징역 2년
부모 구타는 목 베는 참형에 처해

‘이런 공청회도 있구나’ 했다.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효자식방지법’ 공청회를 말한다. 불효자식방지법이란 자식이 부모부양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넘겨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아울러 부모를 학대하거나 폭행하면 부모의 처벌 의사와 관계없이 법에 의해 자식을 벌하는 쪽으로 형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공청회는 이를 법제화하기에 앞서 노인 당사자들과 관련단체의 입장을 듣는 자리였다. 당연히 누구하나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는 공청회 내내 속이 불편했고 끝난 후에도 하루 종일 우울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이종걸 새정치연합 대표도 같은 생각에서인지 “벌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대 간 갈등을 방지하자는 넓은 뜻이 법안 추진 배경”이라며 “이런 법은 이 땅위에서 없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라고 무겁게 말했다.
‘동방예의지국’이라 칭송 받던 우리나라가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노인 학대 문제는 가정과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후유증을 남긴다.
어떻게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고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아놓고 부양의 의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물며 부모로부터 땅 한 평 물려받지 못한 채 부모 봉양에 지성을 다하는 자식도 있는데….
동양에서 효의 기본은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었다. 후한의 허신이 편찬한 고대 한자어 사전 ‘설문해자’는 효를 자식이 노인을 잘 받드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효를 백행의 근본으로 본 ‘맹자’에서는 양지와 양체를 통해 부모에 대한 공양을 강조한다. 양지는 어버이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드리는 것이고 양체는 물질적으로 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해드리는 것이다. 효는 중국 전국시대 ‘효경’을 통해 충과 연결이 되면서 통치이데올로기로 발전해 한반도에 전해졌다. 수많은 미담도 만들어졌다. ‘삼국지’ 오지에 나오는 ‘육적회귤’은 여섯 살 육적이 친구집에 놀러가서 받은 귤 3개를 홀로 계신 어머니를 위해 품에 넣은 채 나오다가 인사를 하면서 떨어트리고 통곡을 했다는 고사이다.
공양은 반드시 친부모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왕상리어’에서 왕상은 추운 겨울옷을 벗고 얼음을 깨서 잉어 두 마리를 잡아 자신을 구박했던 병석의 계모에게 바쳤다. 우리나라도 ‘삼국사기’에 32세가 되도록 시집을 가지 않고 날품을 팔아 눈먼 어머니를 보살피다 흉년이 들자 쌀 열섬을 받고 부잣집 노비가 된다는 효녀 지은의 설화가 나온다. ‘심청전’의 효행 역시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 시대에도 불효자식에게는 가혹한 형벌을 가했나 보다. 고려사 ‘형법지’에 보면 부모공양에 소홀하면 징역 2년, 구타하면 목을 베어 참형, 실수로 구타해도 3천리 밖으로 귀양을 보냈다. 조선시대에 성문법은 아니지만 마을단위로 구속력을 가졌던 ‘향약’의 제1조 1항에 효를 내세웠다. 맛있고 진귀한 음식은 맨 먼저 부모에게 바치고, 옳고 그름을 떠나 부모의 명에 따라야 하며, 부모를 위해 재물을 아끼지 말고 일임하며, 부모가 앓으면 만사를 제치고 구환하고, 상제(喪祭)는 만사에 우선해야 한다고 정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했다. 선비인 경우 저자나 동구밖에 죄목을 쓴 패를 목에 걸고 서 있게 하는 명예형이요 상민일 경우 태 40대를 쳤다.
불효자식방지법안이 만들어지면 과연 불효자가 줄어들까. 부모를 학대하는 자식이 사라질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법에 의지해 최소한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불행한 노인들의 처지가 안타깝기만 하다. 가정과 사회, 국가는 하나가 돼 불효자식이 나타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었으면 좋겠다. 법정에서 이 법이 적용되는 일 없이 무용지물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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