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블럼 표절한 일본과 뻔뻔한 백낙청
엠블럼 표절한 일본과 뻔뻔한 백낙청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9.04 13:28
  • 호수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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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블럼을 디자인한 사노 겐지로가 모방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해 엠블럼 사용을 철회한다.”
지난 9월 1일 ‘2020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공식 문장(紋章)을 폐기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도쿄올림픽 문장은 7월 공개될 때부터 벨기에의 한 디자이너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결국 폐기로 가닥을 잡았고 이는 올림픽 역사상 사상 최초의 일이다.
하지만 벨기에 디자이너가 “일본이 표절을 인정할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히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고소해 이 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응을 본 순간 지난 6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신경숙 사태가 떠올랐다.
당시 신경숙은 표절을 인정하면서 “아무리 기억을 뒤적여봐도 안 읽은 것 같은데, 지금은 내 기억을 믿지 못하겠다”는 희대의 어록을 남겼다. 신경숙은 찜찜하지만 스스로 자숙을 선택하면서 대중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신경숙보다 더 몰염치한 것은 오히려 출판사 ‘창비’였다. ‘문학동네’와 쌍벽을 이루며 국내 문학계를 좌지우지하는 창비는 신경숙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문학동네와 함께 ‘문학권력’을 행사하며 자신들에게 충성하는 작가는 키워주고 그렇지 않은 작가는 매장시켜왔다는 의혹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창비는 신경숙 표절 의혹이 처음 제기되자 적극적으로 변호하다가 역풍을 맞고 다시 사과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창비와 문학동네는 9월에 출간될 계간지를 통해서 쇄신안과 함께 입장을 밝히겠다고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두 출판사는 계간지 가을호가 나오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창비의 수장’ 문학평론가 백낙청(77)은 신경숙이 의도적으로 베껴쓴 게 아니라고 옹호하고 나서 논란을 재점화했다.
반면 문학동네는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면서 강태형 대표와 신경숙의 남편 남진우와 이문재‧황종연‧서영채‧류보선‧신수정 등 1기 편집위원이 모두 물러나면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백낙청은 1966년 1월 창간한 계간 ‘창작과 비평’의 편집인으로 참여해 반백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편집인과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며 많은 문인을 발굴하고 권력자를 향한 비판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태도로 ‘몰락한 지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신헌법을 반대했던 것처럼 문단의 어른으로서 책임지고 물러날 줄 아는 용기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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