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편향적 사관 안돼” VS “시대착오적 발상”
한국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편향적 사관 안돼” VS “시대착오적 발상”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9.11 13:44
  • 호수 4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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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둘러싸고 찬반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가 2015 교육과정 개정에서 교과서의 발행체제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 8월 24일 발표한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은 공통과목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국정교과서로 추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통합사회에는 한국사, 정치와 법, 윤리와 사상 등 이념적 논란이 큰 분야가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해방 후 검·인정체제로 발행되다가 1973년 국정화로 전환됐다. 이후 2001년 다시 검·인정체제로 돌아선 뒤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국가가 저작권을 갖고 교과서를 발행하는 ‘국정’ 방식과 민간 출판사가 교과서를 발행하고, 정부가 검정 또는 인정하는 ‘검·인정’ 방식에 따라 교과서의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초기부터 국정화 추진에 불씨를 지핀 이유는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해서 오류가 없고, 전문가들이 합의해 중립적인 하나의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의에 대해 야권은 물론 각계각층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교과서 국정화 찬성 진영인 정부와 여당에서는 이념논리를 배제하고 역사적 사실에 의거한 객관적인 내용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라도 하나의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수단체 등은 현재 발행되고 있는 검정교과서 대부분이 좌편향적이며 객관적인 사료에 근거하지 않고 집필진의 사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역사적 사실이 이념적으로 치우쳐 학생들에게 전달되다 보니 근현대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커진다고 우려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국정교과서가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역사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우리나라가 특수한 경우라고 보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9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고교는 학문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대학과 달리 ‘건전한 시민 양성’을 목표로 하는 공교육의 현장”이라며 “학생들이 편향된 역사관에 따른 교육으로 혼란을 겪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하고 중립적인 시각을 갖춘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실왜곡이나 특정 사건과 인물에 대한 과대포장은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면서도 “우리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고 억지 부리는 주장은 이 땅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해 한국사 교과서 개정으로 방향을 잡았음을 드러냈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역사 교사, 학자, 야당 측은 전혀 다른 입장이다. 이들은 역사 교과서 서술을 정부가 독점하는 정책은 역사적 상상력과 문화 창조 역량을 위축시키고,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도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들은 현행 8종의 검정 교과서 체제가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문제라면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을 통해 바로잡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가지 역사해석을 주입하는 국정교과서는 역사 교육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세계적으로도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는 나라는 북한과 베트남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정부가 세계적인 추세와 정반대의 길을 가려는 것은 ‘유신 독재’의 향수 때문이며 민주주의에 역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국민을 통제할 때가 아니라 통합할 때다. 국정교과서로 돌아가려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독재를 경험했거나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 러시아, 베트남 정도를 제외하고는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이는 단순히 교과서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육과정은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타 구실을 한다.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절대적이다. 그런 만큼 기존 교육과정의 결과나 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사전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벌어지는 국정화 논쟁은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극복할 가치관 등을 둘러싼 상반된 입장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다. 그래서 과연 국정화라는 방법이 유일한 것인지 이 문제를 해소하는 건 불가능한지 면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논리와 주장이 제기되는 공론의 장을 거쳐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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