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우수문화 ‘효’를 찾아서
잊혀진 우수문화 ‘효’를 찾아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9.25 10:46
  • 호수 4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자들이 본지에 보내는 기고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가 ‘효’(孝)이다. 효와는 무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효로 이어지거나 효로 시작했다가 다른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글들이 많다. 지면 관계상 편집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만큼 효에 대해 독자들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독자기고를 정리하다보니 기자도 최근 ‘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부끄럽게도 어르신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기자도 한동안 효를 잊고 살았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도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야기가 많지 부모님께 잘하자는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아이를 낳은 친구들도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됐다고 하지만 잠깐 뿐이다. 대부분은 가끔 연락드리는 선에서 효를 실천했다고 믿는다.
기고를 정성스럽게 작성하는 어르신들의 말처럼 효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 자랑스러운 문화이면서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르신들이 거듭해서 ‘효’를 말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기고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어르신들은 무작정 과거처럼 떠받드는 효를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국가의 발전에 헌신했던 어르신 세대에 대한 존중을 바라고 있다.
‘효’의 쇠퇴는 문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TV, 영화 등 사람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기울이는 곳에서 효는 이전만큼 자주 거론되지 않는다. 과거 ‘전원일기’,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등은 농촌 이야기를 다루면서 ‘효’에 대해 매주 직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전원일기서 매주 극중 최불암(75)이 자신의 어머니 정애란(1927 ~2005)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함께 효의 중요성을 전했다.
하지만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나 각종 방송에서 ‘효’라는 단어조차 듣기 힘들다. 오죽했으면 올 초 종영된 KBS ‘가족끼리 왜 이래’는 불효를 전면으로 내세웠을 정도다. 이 결과 4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박 드라마의 이름을 올렸다. 주말드라마 시청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임을 감안한다면 의미심장한 결과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일부 공예품에 한정됐던 우수문화상품 인증제도를 게임, 캐릭터, 한복, 한식 등 문화 상품 전반에 확대하기로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순간 ‘효’가 떠올랐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이 있듯 효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이다. 효를 잘 살리면 우수 문화 콘텐츠로서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
명절만 되면 각종 쇼핑몰에선 ‘효도상품’이란 문구를 걸고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다. 정작 필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닌 정성스런 마음으로 빚은 ‘효’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