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암연구소, 햄‧소시지 발암물질 분류… 식약처 “국내 섭취량 우려 수준 아냐”
국제암연구소, 햄‧소시지 발암물질 분류… 식약처 “국내 섭취량 우려 수준 아냐”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11.06 11:13
  • 호수 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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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붉은 살코기와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분류해 발표하자 세계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지난달 22일 10개국 22명의 전문가들이 기존 문헌 800여건을 검토한 결과, 가공육이 직장암을 일으킨다는 충분한 과학적 증거가 있다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가공육은 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발효·건조하는 등 별도의 공정을 거친 식품을 뜻한다. 햄, 베이컨, 소시지, 통조림 고기, 핫도그, 치킨 너겟, 육포, 햄버거 패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 연구소는 붉은 고기가 대장암, 직장암, 전립선암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붉은 고기에는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말고기, 염소고기 등이 포함된다. 분쇄기로 얇게 썰거나 잘게 다진 고기, 냉동 보관된 고기도 이에 속한다.
1군과 2A군 발암물질이란 암과의 상관성에 따른 분류 기준이다. 기존 문헌 등을 바탕으로 상관관계가 높은 순서로는 1, 2A, 2B, 3, 4 등 모두 5개 그룹이 있다. 1군은 동물이나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그룹이다. 여기에는 담배, 석면 등도 포함돼 있다. 2군은 제한적인 증거가 있는 그룹인데, 정도에 따라 다시 2A와 2B로 나뉜다. 2A군에는 암과 상당한 관계가 있어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이 들어간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가공육 소비가 높은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혼란에 휩싸였고, 소시지나 햄 가공 공장의 위생문제까지 거론됐다. 유럽 역시 정부 당국이 나서 자국의 소시지 등 가공육은 문제가 없다며 국민들의 불안을 누그러뜨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고기 수출량이 많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국가들은 이번 발표로 수출이 줄어들까 걱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소식이 보도된 후 대형마트의 가공육 코너를 찾는 고객이 크게 줄어 매출이 20% 가까이 떨어졌다고 한다. 부대찌개를 비롯해 김밥, 반찬류 등에 폭넓게 사용돼 왔던 식품들이 발암물질로 분류됐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우리나라 사람이 먹는 가공육 섭취량은 하루 평균 6g정도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한국육가공협회에 따르면, 1인당 연간 가공육 소비량은 4.4㎏이다. 매일 12g을 먹는 셈이다. 국제암연구소가 가정한 일일 섭취 기준 50g의 4분의 1 수준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연구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의협은 “그룹 1과 2에 속하는 물질은 발암원이기는 하나 노출 시 암 발병의 위험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전자파의 예로 보면 그룹 2B로 분류돼 있으나 암을 확정적으로 발병시킨다는 근거는 불충분하며 전자파 노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 “국제암연구소가 조사한 역학적 자료 대부분은 국외의 것으로, 우리나라의 현황과 발암물질로서의 근거를 논의하기에는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며 “영양 역학적 자료에 의거해 우리나라 국민의 섭취량과 관련된 발암물질 함유량, 발암 관련 정보를 포함한 보다 정확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번 보고서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가공육이나 육류 위주의 식사가 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만성 폐쇄성 폐질환, 위암, 대장암 등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가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이미 수많은 발암물질에 노출돼 있으며 이를 완전히 피할 수 없는 환경에 살고 있다. 따라서 발암 물질과 접촉해도 발암 위험이 없는 적정량과 안전한 조리방법을 택해 이를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짜 백수오 파문을 비롯해 불량 계란으로 과자를 만드는 등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은 가공육과 육류의 안전한 제조와 하루 적정 섭취량 기준을 다시 만들고 올바르게 먹는 방법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아울러 식품의 생산과 유통 전 과정을 제대로 관리·감독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불안감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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