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후 엇갈린 주장… 일본의 진정성에 성패 달려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후 엇갈린 주장… 일본의 진정성에 성패 달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1.04 10:14
  • 호수 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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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협상을 타결한 지 불과 이틀 만에 합의문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등 후폭풍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자국 언론을 적극 활용해 이번 협상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어 향후 후속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지난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종 합의안을 내놓았다. 위안부 문제는 지난 1991년 故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증언한 이래 양국의 최대 난제로 떠오른 현안이다.
이번 합의안을 통해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통해 총리대신 자격으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며 “이런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대독을 통해 “일본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면 10억엔(97억원) 규모의 예산을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조치를 착실히 이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밝혔으며,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는 “관련단체와의 협의 하에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한‧일 간 합의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아베 총리가 총리 자격으로 사죄와 반성을 표시했다는 점에서 과거사의 족쇄를 풀고 협력과 우호의 파트너로 더 나은 미래로 함께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위안부 협상 발표를 한지 이틀 만에 양국의 합의안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들이 합의사항을 왜곡하는 발언과 보도를 일삼고 있고, 위안부 피해자들 또한 합의 내용에 강력히 불만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측이 끈질기게 요구했던 소녀상 이전 문제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일본 언론들은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합의한 10억 엔을 일본이 내기 전에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는 구상에 한국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지만 우리 정부는 “완전 날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본의 이같은 언론플레이는 외교장관 담판을 앞둔 지난 주중에도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여론의 반응이다.
일본 측의 언론 플레이에 우리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시다 외무상이 합의를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한 발언이나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법적 책임 등과 관련된 일본 측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반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윤병세 장관은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일본 측의 언행이 없기를 바란다”고만 밝혔다.
위안부 문제 타결 과정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성급히 회담을 종결시켰기 때문이다. 정부는 협상을 서두르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전 설명을 하지 못했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협상 타결 전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정부끼리 속닥속닥했다.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합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합의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역사의 아픔을 달래는 의미 있는 외교적 결실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군 관여 정부 책임 인정, 총리 사죄와 반성, 일 정부 예산에 의한 위안부 피해자 명예·존엄 회복을 위한 재단 설립 등 역대 어떤 정부도 해내지 못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구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50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청구권자금 3억 원에 도장을 찍은 제1차 한‧일 굴욕협정에 이어서 제2차 한‧일 굴욕협정”이라며 “일본의 법적책임,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 국민적 동의 그 어느 것도 얻지 못한 3무 합의인 만큼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사전 소통에 소극적이다가 반발이 커지자 뒤늦게 적극적 설득에 나선 정부의 성의부족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위안부 합의 성패는 결국 한국 정부의 대국민 설득과 함께 일본의 진정성 여부에 달렸다. 후속 실무회담에서는 이런 후폭풍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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